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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한바퀴 다 돌고 나서 우리는 육지에 추석을 쇠러 가기로 했다.
그해 추석은 10월 4일이었다.
넉넉잡고 20일 정도면 부모님이 사시는 경기도 광주까지 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었다.
그리고 추석 연휴를 가족들과 지내고 찬바람이 부는 11월이 되기 전에 제주도 집으로 돌아오자는 계획이었다.

 

지난번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완주한 후, 자전거 용품점에 가서 왠만한 준비물은 거의 샀다.
남편이 많은 자전거 중 영국산 수제 브롬톤 자전거를 선택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자전거가 매우 튼튼해서 크게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먼저 접이식이지만 골격이 튼튼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자전거는 2단 자전거라 기어 변속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체인에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으므로 체인이 끊길 염려도 안해도 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타이어가 매우 튼튼하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안 믿어주지만 이 자전거 타이어에는 공기압도 거의 자동차에 맞먹게 넣어도 된단다.
그러니, 자전거 고장에 대한 대비는 거의 하지 않고 떠나기로 했다.

 

짐은 자전거에 달린 가방에 들어갈 수 있는 한도까지만 싸기로 했다.
낮엔 자전거 타는 자전거 옷, 저녁엔 평상복 겸 잠옷이 가능한 옷으로 챙겼다.
속옷과 양말도 갈아 입을 것 하나씩만 챙겼고, 전국 모텔에서 자기로 했으니 수건도 챙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국 내에서의 여행이라 부담이 없다.
여행하다가 필요한 것은 그때그때 현지 조달이 되리라고 본다.

 

여행을 갈라치면 여자의 짐이 많은 편인데, 내 짐도 소지품 넣을 어깨가방과 옷가지 넣을 자전거 가방이 다였다.ㅋ

 

남편의 자전거에 다는 가방은 내 가방보다 크다. 남편은 모든 여행 준비물을 이 가방 하나에 챙겨넣었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 자전거 점검을 했다.
그래봐야 체인에 기름칠 하는게 다였지만.ㅋ

 


제주 여객터미널 앞에서 출발 인증샷^^

이번 우리 여행의 이동수단은 무조건 자전거이다.
그래서 집에서부터 자전거로 출발했다.
다른 라이더들처럼 우리도 배를 이용하기로 했다.
제주도 여객터미널까지는 우리집에서 가까워 자전거 타고 5분 정도만 가면 된다.
아무리 간단히 짐을 쌌어도 짐 무게로 자전거가 낯설게 느껴졌다.
제주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목포까지는 5시간 걸린다.

 

우리 자전거는 접으면 휴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객실까지 가지고 들어갈 수가 있다.
5시간이면 긴 시간도 아니고 짧은 시간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3등 객실 표를 끊었다.
배안에서 심심할까봐 E-book을 챙겨왔다.
잠시지만 독서 모드로~
그리고 우리가 자전거 가지고 제주도에서 배를 타니 다들 제주도에서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가는 줄 안다.
우리는 육지로 자전거 여행을 가는 특이한 케이스인가 보다.

 

5시간을 걸려 드디어 목포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왔다는 걸 확실히 남겨야 한다고 찾은 간판이다.
이제 육지닷!

 

이날은 배만 5시간을 타기 때문에 본격적인 국토종주는 다음날부터 하기로 계획을 짰다.
이날 우리의 미션은 목포 여객 터미널 근처에 있는 숙소에 가서 육지 상륙의 여장을 푸는 것이었다.
여기부터 숙소까지 다시 자전거 타고 이동하는데, 목포가 얼마나 큰 도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금방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를 유달산 밑에 잡아놔서 숙소가는 내내 오르막에 계단이라 자전거를 타고 온 거리보다 들고 온 거리가 더 긴 듯했다.

 

숙소 가는 길에 이렇게 소녀상이 있었다.
나는 아직 한번도 소녀상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뜻밖의 길에서 이 소녀상을 첫 대면하게 되다니, 너무도 반갑고 신기했다.
처음 보는 소녀상이지만 워낙 유명한 소녀상이라 얼굴은 많이 낯이 익어서 언제나 봤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숙소 앞에 도착해서 찍은 사진인데, 게스트하우스는 안 찍고 앞에 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길래 그걸 배경으로 찍었다.
아무래도 게스트하우스보다는 이 공원이 유명하지 싶다.ㅋ
유달산 공원 정문 앞에 있는 숙소는 '하얀풍차'라는 이름의 게스트하우스이다.
투숙객에게 식사도 제공해주는 깔끔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히 목포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저녁도 먹으려고 산책을 나왔다.
여기는 유달산에 있는 노적봉에서 내려다본 목포 앞바다이다.
제주도와 달리 앞에 섬들이 많아 수평선이 안 보인다.

 

정자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참을 목포 앞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앞으로 할 긴 여행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상상도 해보고 계획도 세워보고 그러려고 했는데, 그냥 가만히 이렇게 앉아서 바다 위로 지는 노을만 구경했다.

 

저 뒤에 보이는 것이 노적봉이다.
일명 큰바위얼굴이라는 바위이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속이기 위해 볏단을 저 바위 위에 쌓아두어 군량미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해서 노적봉이라는 이름이 있다나 뭐라나.

 

우리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숙소와 밥집, 카페까지 있는 그런 곳이었다.
솔직한 숙소 주인장이 자기집은 유원지에 있는 식당이라 비싸다고 목포역까지 오분 거리인데 거기 가면 저녁을 저렴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고맙게도.ㅋ
그래서 우리는 주인장이 알려준 길을 따라 목포역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내려가면서 마땅한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 옆으로는 세계의 예술가들 벽화라고 해서 다양한 예술가들의 얼굴을 벽에 그려놓았다.
앤디 워홀은 이름은 알지만 얼굴은 낯설어서 한장 찍고, 우리가 좋아하는 반고흐와 뭉크 사이에 서서 한장 찍었는데, 정말 이사람이 반 고흐 맞나 싶다.ㅜ

아무튼 목포역까지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양한 음식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메뉴를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청국장을 먹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전라도에 입성했으니 전라도 밥상을 받아보자며 가정식 백반집으로 선택했다.

 

이것이 전라도의 힘이다.
백반 일인분에 5,000원밖에 안하는 착한 가격인데 이렇게 화려한 상을 차려주셨다.
돼지고기 두루치기, 생선구이, 다양한 나물반찬, 젓갈류, 쌈, 청국장까지...
밥은 큰 대접에 주셔서 각종 나물을 넣고 고기도 넣고 청국장 넣어 비벼 먹을 수 있게 해주신다.
확실히 푸짐하다.
게다가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나는 음식 하나만 생각하면 정말 전라도에 살고 싶다.ㅋ

 

벽에 멋진 자전거도 걸려 있어서 자전거 여행의 시작을 기념하는 육지의 첫 저녁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날 우리는 '목포 생막걸리'를 먹었는데, 그 맛에 반해서 이후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그날의 라이딩이 끝나면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면서 그 지역 막걸리를 먹었다.
목포 생막걸리는 정말 맛있는 막걸리였다.
자, 맛있는 막걸리로 '자전거 투어 스타트'를 위! 하! 여! 짠~~!

목포는 제주도와 달리 정말로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었다.

 

우리의 여행 경로를 기록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전거 앱을 켜놓고 왔더니 이렇게 기록이 되었다.
요래 배타고 바다를 건너왔으니 자전거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자.

출발은 영산강 종주 자전거길부터이다.

 

이 코스를 달리면서 이곳에 도장을 쿡쿡 찍을 것이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해보겠다고 나선 길, 길치이고 자전거를 완벽하게 잘 타지 못타는 나는 꽤 긴장이 되었다.

사는 게 다 여행이지만, 2017년은 한달간 800킬로가 되는 산티아고를 걸었고, 한달간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으니 더 여행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이 글은 2017년 브롬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던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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