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고기국수가 많지만 우린 멸치국수를 먹었다 - 파도식당

제주도에는 유명한 고기국수집이 많다.
관광객에게 가장 유명한 고기국수집은 '자매국수'와 '올레국수'일 것이다.
이 두집은 언제가도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나는 자매국수에 가서는 먹어 봤는데, 아직 올레국수집은 가보진 않았다.
자매국수의 경우는 언제 포스팅을 다시 하겠지만, 정말 맛이 좋다.
하지만 이 집은 현지인은 거의 가지 않는다.
우선 국수집이 많이 있는데, 이집은 언제나 기다렸다가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리고 제주도 특유의 고기국수 맛이 좀 덜하다고 한다.

 

제주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국수는 고기향이 아주 진하게 나서 좀 느끼한 편이다.
제주도 음식 DNA가 장착되지 않은 우리 같은 사람은 느끼하다고 하지만, 제주도 사람들은 배지근하다며 좋아하는 맛이기도 하다.

관광객이 워낙 많이 찾아서 그런지 자매국수는 그래도 육지 사람들이 와서 먹어도 맛이 좋다고 느낄 정도로 고기국수의 맛이 순화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찾은 육지사람들에게도 전혀 호불호가 없는 멸치국수전문점이 있다.

그곳은 바로 '파도식당'이다.
여기는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깔끔한 멸치육수로 국수를 말아준다.

그리고 양이 많아서 아무에게나 곱배기를 팔지 않는 집이기도 하다.
휴가온 동생이 멸치국수를 좋아한다고 곱배기를 시키려다 실패했다.

안돼요. 국수 양이 많아서 곱배기 못 드십니다.

가 주인의 대답이었다.ㅋ

 

엄청 큰 대접에 진짜로 양이 푸짐하게 나온 멸치국수이다. 특히 고소하고 맛있는 유부도 듬뿍 넣어주었다.
멸치국수 좋아하는 동생이 대 만족했다.

 

난 언제나 비빔국수이다.^^
이 집 비빔국수도 특징이 있다.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는다. 비빔냉면이나 비빔국수를 주문해 먹으면 다 먹고 양념만 흔건히 남는 경우가 많다.
아깝기도 하지만 왠지 양념을 때려넣어 맛을 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집은 적당한 양념으로 매콤새콤하게 맛을 아주 잘 냈다.

 

남자들은 뜬금없이 콩국수를 시켰다.
나는 콩국수는 잘 사먹지 않는다.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한 콩국수는 국수도 건져먹기 싫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집은 맛이 좋았다.
난, 아무래도 내가 집에서 만들어 먹은 콩국수가 제일 맛있다.

 

이날의 히트는 이거였다.
그동안은 남편이랑 둘이 가서 국수만 먹어도 배가 불러서 절대로 주문해 먹지 못했던 '물만두'이다.

 

이게 물만두를 쪄서 멸치국수 국물에 말아준다.(멸치국수 국물에 삶았을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비주얼로 봐서는 완전 만두국처럼 생겼다.
그래도 물만두처럼 접시에 나왔으니 만두국이라고 하면 안되겠지?
내가 만두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물만두는 정말 너무 맛있었다.

 

다음부터 남편이랑 이집에 가면 멸치국수는 포기하고, 비빔국수랑 물만두를 주문해 먹어야 할 듯하다. 물국수를 좋아하는 남편은 반대하겠지? 그래도 이 물만두는 절대 포기 못한다. 고민이다...

 

제주도에 이사온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아직은 제주도 음식에 적응이 안 되는가 보다.
유명한 고기국수집이 많은 제주도에서 우리가 최고로 치는 국수집은 바로 멸치국수 전문점인 '파도식당'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