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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람들이 콩요리를 해먹는 것은 가난하던 시절 먹을 건 없고 그나마 콩은 많이 재배되어 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뭐든 만들어 먹을 때 콩을 듬뿍 넣어주면 먹거리의 양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에 제주음식 여기저기에는 콩이 자주 사용된다.
콩의 경우 쉽게 재배할 수 있었고, 제주도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이었기 때문에 풍족한 편이었다고 한다.

제주식 콩요리를 배워보면 제주의 가난했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럭 콩조림

우리가 보통 횟집에 가서 회를 떠 먹는 우럭과 제주도 인근에서 잡히는 돌우럭은 모양이 조금 다르게 생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럭


제주 돌우럭 - 우럭의 머리를 전체의 반 정도 되게 크게 그려야 하는데, 좀 잘못 그렸다.ㅜ

우럭 콩조림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기대했던 모양의 우럭이 제공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좀 당황했다.
아무튼 제주도 사람들이 조림으로 많이 먹는 우럭은 이렇게 핑크색이 도는 돌우럭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좀 작은 싸이즈였던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쉽게 그리고 싸게 제주도 사람들이 먹는 우럭은 이런 것이었나 보다.

오늘 우리가 할 요리의 식자재들이다.


이렇게 제공되는 식자재로 뚝딱뚝딱 제주도 음식을 해먹는다는 것도 참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다.

재료 : 돌우럭 2~3마리, 좀콩 1컵, 간장 6큰술, 설탕 2큰술, 다진마늘 1/2큰술, 생강즙 약간, 식용유 1큰술, 고춧가루 약간, 물 1.5컵

일. 콩을 물로 씻어 팬에서 볶는다.


이게 제주산 좀콩이다.
제주사람들도 좀콩이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콩나물콩이다.

이. 우럭을 손질한다.
비늘을 제거하는데 칼등으로 생선을 꼬리부터 머리쪽으로 긁어주면 투명한 비늘이 떨어져 나간다.
내장은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선생님은 이때 먹을 수 있는 내장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뭐가 먹을 수 있는 내장인지 우리는 구분을 못하므로 그냥 깨끗이 씻어 주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살때 손질해 달라고 하면 해준다. 쓸개를 빼고 나머지는 다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돌우럭의 지느러미는 억세고 날카롭다. 하지만 제주도 사람은 그 지느러미를 손질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
재미있게도 혹시 지느러미 떼다가 살점이 조금이라도 떨어져 나갈까봐 그렇단다.
알뜰살뜰한 제주도의 '조냥정신'이다.

조냥정신이란, 제주도에 옛날부터 내려오던 생활습관을 이르는 말로써 일종의 절약정신이다.


생선을 예쁘게 다듬었다.

삼. 냄비에 우럭, 볶은 콩, 물을 넣고 분량의 양념(이중 식용유와 고춧가루는 나중에)을 넣고 조린다.

이걸 조릴 때도 요령이 있다.
계속 뒤적이는 것이 아니고, 딱 한번만 뒤집는다.
그러므로 상에 낼때의 반대 방향으로 우럭을 뉘여놓고 조리다가 딱 한번 뒤집어서 상에 내도록 한다.


요렇게 놓고 조리다가


이렇게 되면 식용유와 고춧가루를 얹는다.

사. 마지막 양념으로 식용유와 고춧가루를 쓴다.
전에도 말했듯이 제주도에서는 고춧가루가 매우 귀하다. 그래서 고춧가루는 절대로 양념으로 쓰여 음식을 버무리고 하는데 사용하지 않는다.
고춧가루는 단지 고명일 뿐이다.
우리집에서 이렇게까지 귀한 음식을 대접한다고 생각하게 하려고 쓰는 게 고춧가루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럭을 다 조리고 내기 전에 식용유를 우럭 위에 살짝 뿌려주고 그 위에 고춧가루를 솔솔 정말로 셀 수 있을 만큼 조금 솔솔 뿌려준다.
식용유를 뿌려주는 이유는 그 귀한 고춧가루가 국물에 섞여들지 않게 막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로 고춧가루가 부의 상징으로 아주 귀하게 먹는 고명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완성한 제주 돌우럭 콩조림이다.


우럭도 제주도 물고기답게 살이 아주 쫄깃쫄깃하다.
제주도는 바다의 물살이 세서, 인근에서 잡히는 고기의 살이 탱탱하다고 한다.
작아도 쫄깃한 살점이 간장에 짭쪼롬하게 맛이 들어 밥도둑이 따로 없다.

그리고 양을 불러보겠다고 넣은 볶은 콩에도 고기맛이 배어들어 더욱 고소한 콩이 된다.
간장과 함께 콩을 한숟가락 떠서 밥에 비벼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

제주도 음식점에는 이 요리를 '우럭콩지짐'이라고 메뉴판에 쓰여있다.
고등어조림이나 갈치조림과 달리 이건 대부분 우럭콩지짐이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전통 제주식 지짐이라서 그런 것 같다.
여기서 '지짐'이란 전이나 부침개가 아니고, '조림'의 제주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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