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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물김치

올해 양파 농사가 대풍년이라고 한다. 풍년이라고 하면 좋은 일 같지만, 농부에게는 그렇지 않다.
오랜 시간 공들여 키운 작물이 풍년으로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너무 싸지기 때문에 노동한 만큼의 댓가를 벌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몇몇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트렉터로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 버린다.
작물을 수확하고 다듬고 내다 파는 경비가 판매 가격으로는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농업 기술이 발전할수록 점점더 잦게 일어나는 일이다.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도 중앙 정부에서 전체 농산물의 생산량을 조절하여 계획 농사를 지었으면 좋겠다.
어느 한 작물은 물량이 남아돌아 버려지고, 어느 한 작물은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라 소비자에게 외면 당하기도 한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은 중앙의 계획 농사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올해 제주도 양파가 풍년이 들어서 여기저기 밭에서 트렉터로 갈아 엎어버리고 있단다.
선생님께서 이럴 때일수록 양파를 많이 소비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제주 향토 음식은 아니지만 '양파 물김치' 담는 법을 알려주셨다.

어쩌면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식자재를 이용해 음식을 하던 제주의 지혜를 계승한 메뉴라고 해야할까? 아님 말구.ㅋ

재료 : 양파 10개, 쪽파 5뿌리, 천일염 약간, 밀가루 3큰술, 물 200cc, 고춧가루 3큰술, 물 2000cc, 새우젓 3큰술, 멸치액젓 1.5큰술, 매실청 2큰술, 다진마늘 1큰술, 생강즙 약간

일. 양파는 4등분하고 소금을 뿌려 15분 정도 절이고 쪽파는 3~4cm 길이로 썬다.


양파를 4등분하고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려둔다.


쪽파는 머리쪽은 칼로 두둘겨 으깨주고, 적당한 길이로 자른다.

이. 밀가루 3큰술과 물 200cc를 풀어 밀가루 풀을 쑤어 식힌다.


물김치의 시원한 맛을 내는데 이 밀가루풀이 큰 역할을 한다.

어려서 우리 엄마는 밀가루 풀도 넣고, 찹쌀풀도 넣고, 어쩔 때는 찹밥을 해서 뭉개서 넣기도 하셨다.
이렇게 풀을 넣어주면 김치에 양념이 잘 붙고, 이 풀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발효가 맛있게 된다고 하면서..

삼. 고춧가루에 물 2000cc를 섞어 고춧물을 우린다.


제주도에 고춧가루가 귀했던 지라 이 정도면 제주분이 하는 음식에서 다량의 고춧가루를 넣는 것이다.
제주는 고춧가루가 귀해서 과거에 고추장도 안 담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 고추장이라는 건 없단다.
요즘이야 대기업에서 고추장이 나오니 제주도 식탁에도 고추장이 오르지만, 정말로 신기하게도 제주도에는 고추장이 없었단다.ㅋ

사. 고춧물에 풀, 새우젓, 멸치액젓, 매실청, 다진마늘, 생강즙을 넣고 김칫국물을 만든다.

여기서 김치를 맛있게 담는 팁을 하나 가르쳐 주셨다.
시원한 김치맛을 내는 비법은 새우젓과 멸치액젓의 비율에 있다고 한다. 새우젓 : 멸치액젓의 비율을 2 : 1로 넣으면 김치의 맛이 더욱 시원하게 담아진다고 한다.
다른 김치를 담을 때도 마찬가지이므로 잘 기억해 두자.

오. 절인 양파를 보관통에 넣고 김칫국물을 부은 후, 소금 간하고 쪽파를 넣고 익힌다.


양파 물김치를 담자마자 먹고 싶으면 식초를 1/2컵 넣어 새콤하게 해줘도 된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익은 물김치가 훨씬 시원하므로 하루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고 먹으면 아주 시원한 양파 물김치를 먹을 수 있다.

단, 보관이 오래 되지는 않으니 조금씩 담아서 그때그때 시원하게 먹는 게 양파 물김치의 매력이다.

이렇게 해서 차려진 피난 밥상, 구황 밥상은 짜짠~~


가난과 역경이 있던 제주의 과거에는 이렇게 한상 떡부러지게 차려 먹진 않았다.
아마도 이 중 하나를 가능하면 양을 늘려서 한솥 끓여서 낭푼에 덜어 빙 둘러 앉아 먹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요즘은 이런 구황 음식이 웰빙 음식으로 평가받으면서 이렇게 한상 차려 먹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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