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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우천염천>



지난 번에 도서관에서 폴 서루의 <아프리카 방랑>이라는 책을 빌려봤다.
보통은 내가 가보지 않았거나 관심이 없는 나라의 여행기는 아무리 읽어도 재미가 없다.

전에 하루키 책에서 재밌다고 나왔길래..

‘하루키씨가 추천하는 책이면 재밌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빌려왔었다.

아프리카 여행기답게 까만 책표지로 되어 있는 엄청 두꺼운 책이었다.

근데 아프리카는 사람 이름도 지명도 역사도 낯설어 잘 읽히지 않아 읽다 포기했다.

내가 하루키 책을 좋아한다고 그와 내가 독서 취향이 같은 건 아닌가 보다.

그런데, 하루키 책은 참 희안하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이름, 지명, 역사가 나오는데 재미있게 읽힌다.

그리스 외곽에는 남자들만 출입이 가능한 그리스정교의 수도원이 많이 있는 아토스반도라는 곳이 있단다.

여행도 허가제로 3박 4일만 가능하다고 한다.

나야 여자니 가볼 수 없는 여행지이다.

그러니 내가 직접 여행을 가볼 순 없지만, 하루키 책을 통해 들여다본 듯 경험할 수는 있었다.

수도원을 방문하는 방문객에게 주는 음식이 너무 맛이 없다고 한다.

거칠고 딱딱해 맛없는 빵과 미적지근해 더 맛없는 콩스프만 먹는 수도승들이 모두 비만스런 몸매를 가지고 있다며 무언가 자기들끼리 몰래 먹는 것 같다고 의심하는 대목에서 빵 터졌다.

그리스 하면 하얀 벽과 파란 지붕이 시선 강탈하는 산토리니에 많이들 가는데, 하루키는 수도원이 많은 이곳에 가서 수도원 순례만 했다고 한다.

특이한 여행 스타일이지만 그래서 색다른 여행기를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터키 여행.

아마도 터키는 하루키랑 맞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을 쓴 것이 서울 올림픽이 있었던 1988년이라니 분위기야 많이 달라졌겠지만, 하루키가 본 터키는 그닥 여행해 보고 싶지 않은 나라였다.

얼마나 투덜거리며 터키에 대해 부정적으로 써내려갔는지, 나중에 터키로부터 항의 안 받았나 하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메마르고 융통성 없으며 딱딱한 분위기의 터키를 여행하는 내내 그는 투덜거리기만 한다.

잘 맞지 않아 힘든 여행 중에도 여행기 하나는 맛깔나게 잘 썼다.

대단한 하루키다.

우리도 여행을 다녀보면 알지만 남들 다 좋다는 여행지에서 나만 불만 가득히 여행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케이스였겠지.

나도 하루키같은 여행 스타일이 좋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우선 가서 그곳을 여행하는 것이다.

여행지의 있는 그대로를 경험해 보는 것이다.

여행이 좋을 수도 망칠 수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것과 맞닥트리는 그 자체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유 여행의 묘미라는 생각도 든다.

‘우천염천’은 한마디로 하루키가 흔히 말해 집 떠나 개고생한 여행기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터키에 가서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피쉬마켓에 가서 해산물도 먹고, 하맘이라는 터키 전통 목욕탕도 가시고 멋진 경험들을 한단다.

터키가 변했을까? 여행자가 달라서일까?

터키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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