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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오는 고양이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
처음 우리가 제주에 이사왔을 때 우리보다 먼저 우리 집에 익숙하게 들락거렸던 길고양이 '미노'
그리고 미노가 낳은 새끼 '민수'
그리고 미노가 다음 해에 낳은 새끼 '흑돌'과 '흰돌'

미노도 민수도 흑돌이도 모두 죽었는지 요즘은 아무도 오지 않고 흰돌이만 온다.
이 녀석은 처음에 그렇게 낯을 가리며 곁을 주지 않더니, 요즘은 오후에 와서 먹을 걸 내놓으라고 앙칼지게 야옹거릴 정도로 낯이 두꺼워졌다.

먹을 거 안 준다고 삐져 있는 흰돌이다.
어? 근데 저 뒤에 뉴페이스가 나타났다.
원래 흰돌이가 사교성이 없어서 누굴 데리고 다닐 녀석이 아닌데, 왠일로 친구를 데리고 왔다.
그런데, 어째 이 녀석은 더 낯을 가린다.

지난 복날 먹고 남은 닭고기를 냉동실에 얼려 놓았었는데, 그걸 녹여서 주었다.
아주 맛있게 잘 먹는다.

닭고기의 유혹에도 넘어오지 않는 저 경계심...
그래, 네가 덜 배고픈가보다...

혹시 내가 있어서 안 오는 거 같아서, 집에 들어와 현관문 사이로 몰래 지켜보았다.

이러다가 흰돌이가 닭고기 다 먹게 생겼다.

숨 죽이고 지키고 있었더니, 한참 후에 슬금슬금 다가오는 녀석.
하지만 여전히 나를 경계하느라 눈앞에 있는 닭고기에 다가가질 못하고 있다.
저녀석 먹는 거 사진 한장 찍으려다가 굶기게 생겼다.

그래 오늘은 내가 일단 철수해주마..!

그런데, 이 녀석이 암놈인 듯하다.
지금 임신 중인지 아니면 최근 새끼를 낳았는지 젖이 많이 부풀어 있다.
그러고 보니 집 근처 주차장에서 새끼 고양이 세마리를 본 적이 있는데, 워낙 날래게 도망가서 사진은 못 찍었는데....

가만 있어보자.
그럼 우리집에 오는 흰돌이가 숫컷이고, 갑자기 데리고 다니는 저 녀석은 흰돌이의 짝이 되었나 보다.
그리고 주차장 그 놈들이 흰돌이의 새끼들인가?

너무 궁금한 게 많지만 언제나 추측할 수밖에 없는 길고양이들의 가족 관계이다.

어쨌든 저 검은 녀석이 흰돌이와 우리집에 밥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가 되었으니, 이름을 하나 지어주어야 할텐데..
며칠 녀석의 행동 패턴을 지켜보고 적당한 이름을 지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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