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 이나가키 에미코

gghite 2021. 8. 2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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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장기하 책에서 소개받는 책이다.

그럭저럭 괜찮은 수입…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세련된 느낌의 볕 잘 드는 널찍한 집에는 작은 정원이 딸려 있고…
앤티크 가구들을 모아놓고 친한 친구들이 찾아와 “집 너무 멋있다”라고 칭찬해주면 “호호호”하고 자연스레 웃어넘기고…
인생의 동반자인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키우고…
나이를 먹어도 멋을 부릴 줄 알고…
가끔은 예쁘게 차려입고 나가 디너 코스를 천천히 음미하며 삶을 즐기는…
아아, 내가 써놓고도 식은땀이… 대체 어디서 이런 이미지를 끌어모아 머릿속에 담아두고 살았는지.
지극히 평범한 월급쟁이 집안이었던 우리 집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사는 사람을 내 눈으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현실감이라곤 요만큼도 없는, 잡지에서 엿본 연예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생활을 제멋대로 재구성한 각본인 셈이다.

-정말 대부분의 사람 특히 여자들은 이런 로망을 꿈꾼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전기 없는 삶을 시작한 작가는 지금도 부지런히 버리는 삶을 살고 있단다. 요즘 ‘이상적인 삶’이라는 그림에 점점 현혹되고 있는 내게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는 책일 듯하다.

‘절전’으로는 전기를 아끼기 어려워 ‘가전제품 버리기’를 했다.
불끄기.

-정말 그건 어려운 일이다. 먼저 책을 볼 수 없다. 이런…

청소기 버리기

-이건 나도 시도해 보고 싶다. 우리집 청소기는 그닥 청소를 깨끗하게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아마도 청소기가 없으면 작가와 달리 나는 더 청소를 하지 않을 거 같다…

전자레인지 버리기

-이건 좀 심각하다. 우리집 전자렌지는 오븐 기능도 한다. 그럼 나는 집에서 빵을 만들고 과자를 만드는 걸 못하게 되고, 다 사먹어야 한다. 아무래도 이걸 버리진 못할 듯하다.

에어컨 버리기

-우리집은 좁아서 전기불 하나를 켜고 밥을 한번 하고 국을 끓이고 그러다 보면 금방 찜통이 된다. 평소에는 창문을 열고 자연바람을 즐기지만 한여름 습한 무더위가 있을 때는 참기 어렵다.

난방장치 버리기

-전기 난방 장치는 쓰지 않지만 화로를 사용하는 작가의 방법은 따라하기 힘들다.

냉장고 버리기
냉장고 안에는 사고 싶다는 욕구와 먹고 싶다는 욕구가 터질 듯이 가득 차 있다. 인간의 욕망은 멈출 줄을 모르고, 한번 들어간 대부분의 음식은 두번 다시 꺼내지지도 않은 채 생을 마감한다. 음식은 이제 더 이상 음식이 아니다.

-나는 이번 방학에 냉장고에서 ‘텅!’소리가 나도록 비울 생각이다. 그간 내가 사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채워놓았던 공간에서 곧 ‘텅!’소리가 나려고 한다. 냉장고를 버리진 못하더라도 냉장고가 ‘식품 낭비’의 공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본이란 질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일 먹는 식사는 사실 너무 맛있어서는 안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맛있는 음식은 물린다. 그렇게 때문에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매일 다른 메뉴를 먹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냉장고에 ‘언젠가’는 먹을 식자재를 가득 담아두고 살게 된 것이리라.

소유가 아니라 공유라는 사고방식을 중심축에 놓고 생각하면 가전제품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온갖 물건들과 나와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우리집 냉장고가 아니라 마트의 대형 냉장고, 우리집 욕조가 아니라 근처의 대중목욕탕, 우리집 자가용이 아니라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 우리집 난방과 냉방 장치가 아니라 도서관이나 카페의 난방과 냉방, 우리집 서재가 아니라 집근처 도서관… 뭐 그렇게, 소유가 아니라 공유. 그러면 작지만 큰 우리집에서 살 수 있게 된다.

한때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했었다. 지금도 그런가? 어쨌든 모든 것을 버려도 생활은 계속된다는 내용의 책이다.
쉽게 읽히는 책이어서 한나절이면 다 읽는다.
나도 이걸 계기로 뭔가를 좀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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