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표로만 알고 있던 이민호가 이런 영화도? - 강남 1970

이번에 본 영화는 '강남 1970'이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남서울 개발사업으로 강남이 개발되던 시절인 1970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사실 처음 영화를 보고 좀 놀랬던 것은 이들이 서울로 진출하기 전 지방에서 넝마주이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을 때의 모습에서이다.
수려하게 잘 생긴 주인공 김래원과 이민호가 넝마를 들쳐메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내가 보기에는 마치 6.25전쟁통을 갓 지난 배경처럼 보여서 많이 놀랬다.

 

용기(김래원 역)와 종대(이민호 역)는 둘다 부모도 없는 사람으로 고아원 출신이다. 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다 쓰러져가는 판자집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었는데, 이 집도 무허가건물이어서 철거가 되고 만다.
이때 알게 된 강길수(정진영 역)파에 일을 도우며 건달들의 일을 돕게 된다.
서울에서 있는 야당 전당대회에 가서 깽판을 놓는 것이 일이었는데, 일당도 준다는 말에 따라가서 일을 하다가 용기와 종대는 서로 헤어지게 된다.

 

3년 후, 용기는 서울에 있는 명동파의 중간 보스가 되어 있었다. 아주 뺀질뺀질한 것이 처세술이 좋은 건달이었다.

 

지방에서 강길수의 집에 머물며 함께 지내고 있던 종대는 길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달 세력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때 알게 된 민마담이라는 복부인과 함께 앞으로 개발이 될 땅을 사들이고 다닌다.
이때부터 종대는 땅에 대한 욕심을 갖게 된다.

이렇게 서로 떨어져서 지내던 이들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남서울 개발 사업으로 돈을 따라 강남으로 흘러들어오게 된다.

지금 강남하면 대로를 중심으로 고층빌딩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뭔가 세련되어 보이는 도시인들이 북적이는 모습인데 1970년대는 그냥 비포장도로에 논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치권에서도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남서울 개발사업을 이용해 그쪽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들과 건달들이 결탁해 땅을 헐값에 사들이고, 계약을 돌려돌려 해서 값을 부풀리고, 중앙에 줄이 닿는 사람들은 개발의 방향을 미리 알고 선수를 치기도 한다.

---

나는 이 영화가 개봉되었던 것도 몰랐었다.
특히 이민호의 경우는 티비 드라마였던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로 일약 스타가 된 사람이다.
나도 그 당시 그 드라마를 보면서 파마머리의 구준표를 얼마나 좋아했던지..ㅋㅋ
그렇게 꽃미남으로 데뷔한 이민호가 다른 드라마에도 몇번 나왔었지만 본 적은 없고, 그가 이렇게 영화까지 찍었던 것은 정말 몰랐었다.

김래원은 지난 번에 본 '해바라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어 영화 배우로서의 김래원을 다시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비중은 이민호 보다 적었지만 건달 연기가 훨씬더 자연스럽고 좋았다.

서울의 정치적 경제적 판도를 바꿔놓은 강남 개발에 얽힌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넝마주이로 나와도 멋있는 김래원과 이민호는 영화내내 촌스러움이 묻어나지만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연기를 잘 해냈다.
영화를 보면서 뭘해도 얼굴이 멋지니 멋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 이민호가 1945년생으로 나오던데, 그렇다면 실제로 이제 완전히 할아버지가 다 된 우리 아빠와 1살 차이가 나는 거란 생각을 해보니 초반 6.25전쟁 직후처럼 그려졌던 영화의 배경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무삭제판'으로 보는 바람에 엄청 야한 장면도 많이 나왔다. 무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