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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란 영화는 첫 나레이션부터 흥미를 끈다.

이 이야기는 별게 아니다. 서로 안 맞는 동그라미와 네모의 얘기일 뿐이다.
네모는 동그란 틀에 절대 들어갈 수 없고, 반대로도 마찬가지이다.

2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는 베르트랑은 우울증 때문에 항우울증 약을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내가 직장에 가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소파에 누워서 게임을 하는 것이 그의 일과이다.
하교한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아이들이 다니는 수영장에 데리고 가고 오는 일을 할 정도이다.

 

어느날 딸아이를 수영장에 데려다주고 자기도 기다리면서 수영을 하고 나온다.
로비에서 딸아이를 기다리다가 '남자 수중 발레단' 모집 포스터를 본다.
왠지 끌리는 마음에 가입을 하기로 한다.

수중발레단에는 이 시대의 아저씨들이 팀원으로 있고 전직 수중 발레 선수였던 여자 코치가 있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다.

 

이들은 수중발레 연습이 끝나면 사우나를 하면서 서로 속마음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집안에 수영장을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는 이 사람은 전처에게 이혼을 당했다.
일을 벌리기는 잘 하지만 대부분 말아먹었기 때문이다.
현재 하고 있는 수영장 사업도 올해를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직원의 월급도 4개월이나 밀려 있다.

 

이 사람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알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집도 없이 캠핑카에서 살고 있어서 언제나 경찰들에게 경고를 받는다.
다 큰 딸이 있는데, 그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로 급식소 일을 하고 있는 정도가 수입의 전부이다.

 

이 사람은 매우 똑똑하고 자존심도 강하지만, 성격이 이상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매사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신경질도 많이 내서, 끝내 아내는 남편을 떠나고, 아들도 뭔가에 주눅이 들어 언제나 말을 더듬는다.

 

이 사람은 수영장의 코치이다.
그러나 다른 코치들에게 항상 왕따를 당한다.
주로 밤에 수영장을 지키는 일을 도맡아하지만 언제나 회원들과 코치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다.

 

여자 코치는 전직 수중 발레 선수였는데, 자기와 파트너로 발레를 하던 남자가 사고로 다치고 나서 더이상 수중발레를 할 수가 없었다.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술에 빠져 살다가 알콜 중독자가 되어 현재 치료 중이다.
그리고 옛 애인이 이미 결혼을 했는데도 못 잊고 자꾸 전화를 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 남녀들이 모여서 남자 수중 발레를 연습하는 동안은 매우 즐거워한다.
그리고 서로의 처지를 사우나에서 대화하면서 친근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들은 수영장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나가서 우수꽝스럽게 공연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게이라고까지 놀리기도 한다.

 

티에리 코치가 밤에 수영장 근무를 하다가 심심해서 인터넷으로 남자 수중 발레를 검색해 보다가 남자 수중발레 세계 선수권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밤중에 팀원들에게 연락해 세계 선수권대회에 나가자고 제안한다.

 

오합지졸 아저씨들로 이루어진 수중발레팀은 노르웨이까지 가서 참여하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그 과정이 신나게 전개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나레이션이 나온다.

의지만 있다면
동그라미도 네모의 틀에 들어갈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거.


프랑스 영화는 언제 봐도 우선 말이 너무 아름답다.
미국 영화와 분위기도 매우 달라서 뭔가 언제나 좀 진지한 듯한 느낌이다.
나레이션으로 나왔던 이야기도 잘 들어보면 우리 삶에 있어서 알아야 할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둥글둥글하게 살면서 네모난 세상에 나를 맞추고 있을까?
아니면 각진 네모로 살면서 둥근 세상에 네 몸을 끼워넣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을까?

프랑스 아재들의 다람쥐 체바퀴 돌듯한 삶에 활력을 주는 수중 발레라는 특별한 취미를 보는 즐거움이 매우 크다.
프랑스식 조크도 재미있다.
보면서 금방 웃음이 터지진 않지만, 다시 보면 빵 터지는 유머가 담겨 있다.

 

아름다운 언어로 아름다운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프랑스 영화 한편 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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