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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44킬로 라이딩의 후유증은 심했다.
안장통이 생기면 똑바로 서서 걷는 것도 어렵고, 어디 앉기도 힘들고, 걸을 때 절로 입에서 '아이구, 아이구ㅜ' 소리가 난다.
너무 아파서 안장통에 대해서 여기 저기 알아봤는데, 대답은 '원래 아픈 것이다.' '누구나 아프다' '어쩔 수 없는 통증이다' 등 희망적인 말이 없다.
자전거를 즐기기 위해서는 안고 가야 하는 고통인 듯하다.
그래서 안장통을 완화시켜주는 바지가 있다.
안장 만큼의 위치에 스폰지가 패드로 대 있어서 쿠션감을 주는 바지인데, 이 바지가 입으면 약간 거시기하다, 보기에도 그렇고..
게다가 우리가 제주도에 있는 대형 마트를 다 뒤졌는데도 자전거 바지를 파는 곳이 없다.ㅜㅜ
제주도에 살아 보면 가끔 '이런 걸 왜 안 팔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식적으로 있을 것 같은 것 중에 안 파는 물건이 있다.
지난 번 산티아고에 가기 전에 침낭을 살 때도 그랬다.
제주도에는 침낭도 안 판다.ㅜㅜ

아무튼 지난번 라이딩으로 생긴 안장통이 완화될 때까지 며칠 쉬고 다시 자전거를 타러 나왔다.

이번엔 좀더 스마트하게 애플 와치도 차고 나왔다.
핸드폰이랑 연동이 돼서 라이딩 기록하는 게 좀 간편할 것 같고, 라이딩 중 얼마나 달렸는지도 핸드폰을 안 꺼내고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다.
라이딩 중에는 핸드폰을 자전거에 달린 가방에 넣어 놓는다.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으면 패달을 밟는데 조금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화나 문자가 와도 라이딩 중에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애플 와치를 차고 있으면 급한 전화나 문자도 받을 수 있다.

지난 번에 월정리 해수욕장을 지나 거의 명진 전복집까지 갔지만 우리 차를 타고 출발지점까지 갔기 때문에 월정리 해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한낮에 사람들은 너무 더워서 자전거를 타거나 올레길을 걷은 사람이 조금 적은 편인데, 우리는 산티아고에서 태양 아래서 하루종일 걷는 단련이 되어 있어서 이 정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점심 때쯤 나왔더니 얼마 가지 않아 출출해졌다.

해안가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알로하도Alohado'라는 파스타집이 있는데, 슬쩍 보니 분위기가 괜찮다.
한적한 해변에 있는 멋진 레스토랑으로 해안 도로 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분위기도 괜찮고 맛도 좋아 아주 만족스러운 집이었다.

바닷가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자전거를 세워 둘 수가 없다. 그래서 자전거는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주차해두고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고르곤 졸라 피자 한판, 그리고 딱새우 올리오 파스타이다.
라이딩 중이니 아쉽게도 시원한 맥주는 주문하지 못했다.
가끔 라이딩하면서 맥주나 막걸리 한잔씩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는 라이딩 중에는 술을 먹지 않기로 원칙을 정했다.

고르곤졸라 피자는 화덕에서 구운 것으로 느끼하지도 않고 고소했다.
외국 여행을 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외국인들은 피자집에 가면 일인 일피자를 주문해서 먹는다.
우린 아직 그 정도로 느끼한 것을 많이 먹을 수준이 아니었는데, 라이딩 중에는 일인 일피자도 거뜬히 먹는다.ㅋ
치즈맛을 잘 아는 남편 말이 이집이 좋은 치즈를 쓰는 것 같다고 한다.
고르곤졸라 치즈의 꾸리한 냄새가 짙지만 맛은 고소하다고.

딱새우올리오 파스타는 신선한 제주 딱새우와 통통한 칵테일 새우가 많이 들어간 파스타였다.
전체적으로 장인의 정신이 엿보이는 맛이었다.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데, 운동 중 먹는 밥이라 그런지 양이 적은 것 같은 느낌이 조금 들었다.ㅜ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지만 맛이 너무 좋아서 나중에라도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집이었다.

레스토랑의 앞쪽은 해안도로이고, 뒤쪽은 이렇게 나무로 데크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의자도 있다.
의자에 앉아서 에메랄드빛의 바다를 바라보며 오랜 시간 머물고 싶은 그런 레스토랑이었다.
옆에 작은 풀장도 있는데, 아마도 바다에 들어가기는 그런 어린 아이들이나 연인들이 발 정도 담글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큰 유리문 뒤가 우리가 앉아서 밥을 먹은 곳이고, 옆에 샛길로 나가면 해안도로가 나온다.

자, 맛있는 거 먹었으니 다시 고고고고~~

한참을 해안 도로를 달리다가 우도가 보이는 우도 선착장 근처 정자에 앉아서 어디까지 갈까를 고민하며 쉬었다.
이제 바닷 바람도 시원하고, 진정 자전거 라이딩의 시즌이 되었나보다.
우리 말고도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아 인사하기 바쁠 정도이다.

해안도로가 올레코스라 걷는 사람도 꽤 많이 보인다.
이렇게 정자에 앉아 있으면 가끔 올레길을 걷은 사람들도 함께 쉬면서 서로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며칠 말미를 두고 와서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나 비행기나 배에 자전거를 싣고 와서 열심히 해안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이나 모두 우리를 신기하게 본다.
자전거 타고 마실 나오듯 나와 제주도 일주를 하는 제주도 사람을 보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ㅋ

해안도로를 달리는 내내 왼쪽으로는 멋진 바다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톡톡 튀는 예쁜 카페들이 즐비하다.
오징어를 잡아 바닷바람에 말리느라 널어놓은 모습도 보기 좋다.

(우린 라이딩 중이라 오징어 말리는 사진은 못 찍어서 친구 페이스북에서 업어옴.ㅋ)

요즘은 제주도에 라이딩을 오는 사람들이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자기만의 멋진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옛날에는 제주도 곳곳에 자전거 대여소가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공항 근처에 자전거 대여소가 크게 몇 군데 있다.
그래도 제주도 환상 자전거 길이 라이더들에게는 꼭 한번 와 보고 싶은 코스일 정도로 유명하다.
제주도 자체에서도 자전거 길을 잘 만들어 놓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제주도 특성상 중급 이상의 난 코스가 많은 곳이 제주도 자전거 길이다.
관광객이 많아서 곳곳에 복잡한 곳이 많고,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같이 쓰는 곳이 여러 군데 있어서 자전거 타기 어려울 때가 많고, 관광지라 새단장하느라 공사하는 구간도 많은 편이고, 바람이 세고, 길에 잔돌들이 많이 있어서 지뢰밭 느낌이 나기도 하고, 예상 외로 언덕도 많다.
그래도 여기 저기 시설은 잘 갖추어져 있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빨간 공중전화박스처럼 생긴 인증센터가 나오면 거기에서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자전거 수첩이라고 있는데, 그걸 주문해서 코스마다 있는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으면 나중에 완주 메달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하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 두었는데, 아직 오지 않아서 성산일출봉 인증센터에서 그냥 손등에 찍었다.
손에 땀이 나서인지 잘 안 찍힌다.

인증센터 옆에는 자전거에 바람 넣는 것도 준비되어 있다.
우리 자전거에 달려 있는 수동 바람 넣는 것보다 좋아서 한번 바람도 더 넣어주었다.

저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이니 신난다.
오늘은 저기까지만 가자.

성산 일출봉까지 간 후, 국토 종주하다가 힘들면 버스를 탈 수도 있으니 버스타는 것도 연습해보자며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큰 자전거를 타고 종주를 하면 버스를 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는 접이식 미니 벨로이므로, 이동을 위해 기차나 버스, 지하철, 택시 등을 타고 갈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 자전거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ㅋ

사실 안장통이 심해서 더 못 갈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29키로 정도 왔으니,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요렇게 접어서 버스를 타면 된다.
자전거를 두대를 접어놓았는데 한대 부피도 안된다.ㅋ

우리가 처음에 버스를 탔을 때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자전거도 놓을 수 있는 맨 뒷좌석에 앉았다.
이런! 아이들 하교 시간이라 버스가 순식간에 만원버스가 되었다.
이 자전거를 들고 콩나물 시루같은 인파를 헤치고 내려야 한다.
다행히 학생들이 "여기 내리는 사람 있어요."라고 소리 질러주고, 자전거를 잡고 옮겨주기도 하고 해서 겨우겨우 내릴 수 있었다.
아무리 자전거가 잘 접혀도 버스를 타는 건 무리인가 싶었다.ㅜㅜ

이렇게 보니 지난 번 것과 합해 우리가 제주도의 사분의 일은 돌았다.
제주 자전거 길은 '환상 자전거 길'이라는 이름이 있다. 정말로 환상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자전거를 타러 왔으면 좋겠다.
국토종주를 하려면 며칠을 계속 자전거를 타야하므로 연속해서 타는 연습을 위해 내일 다시 성산 일출봉부터 달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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