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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저예산 영화나 독립 영화의 제작비는 2억에서 5억 정도라고 알고 있다.
제작비 지원을 못받는 초보 감독이나 대학생들이 만드는 영화는 이것 보다도 더 적은 제작비가 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독립 영화를 통해 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이 영화에 입문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철학을 작품에 담아낸다고 한다.
많은 관객이 보지 않더라도 독립영화가 가지는 의미나 가치는 매우 크다.

 

며칠 전 티비에서 하는 영화를 봤다.
제목은 베리드(Buried)로 '파묻힌'이라는 뜻이다.
이 날은 왠지 낯선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전에 스쳐지나가듯 제목도 들어보지 않는 생판 모르는 영화를 날것 그대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으로 본 이 영화는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낯선 영화였다.
어쩌면 미국판 독립영화같은 느낌의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폴 콘로이라는 남자는 이라크의 건설 현장에 자재를 옮기는 트럭을 모는 트럭 운전자이다.
어느 날 트럭을 몰고 가다가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고, 눈을 떠 보니 1평 남짓한 나무 관에 넣어서 생매장 되어 있었다.

그에게는 밧데리가 반 정도 남은 핸드폰과 지포 라이터 하나가 있을 뿐이다.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모르고, 누구의 공격을 받은 건지도 모르며, 어디에 신고를 해야 살아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생매장 되었다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1시간 30분 정도 되는 상영 시간 내내 딱 한평의 공간에서 딱 한명의 배우가 나온다.
그리고 상상하기 어려운 폐쇄된 장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시련을 해결해야 한다는 아주 극한 상황이 전체 분위기이다.

화려한 볼거리도 없고, 치밀한 스토리 전개도 없고, 다양한 배우도 안 나온다.

상상할 수 없는 설정이지만, 우리가 뉴스에서 이미 여러번 봤던 낯선 곳에서 납치된 상황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단순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몰입해서 영화를 보게 된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결말.
영화가 끝나고도 멍하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하는 결말.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저런 상황이라면 저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결말.

그래서 나도 영화 리뷰를 절대 쓸 거 같지 않았던 영화였지만, 그걸 본 후 며칠 동안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끝없이 생각하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몇 년 전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무차별 테러나 몸값을 요구하는 인질범에 대해서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룬 영화이다.
그리고 범인들과의 협상이 얼마나 녹록치 않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정말로 이 영화를 만드는데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을 지 엄청 궁금한 영화였다.
미국에서도 이런 영화를 저예산 영화 혹은 독립 영화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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