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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이프

되는 게 없었던 하루

gghite 2019. 7. 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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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낮기온이 여름을 방불케했었다.
그래서 해가 더 뜨거워지기 전에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반납하러 다녀오기로 했다.
빨리 갔다 오겠다는 생각에 꼬란 자전거를 타고 다녀오기로 했다.

목적지는 한라도서관이다.
한라도서관은 다 좋은데, 가는 길 내내(5킬로 정도) 오르막이다.
그래도 다시 집으로 올때는 반대로 오는 길 내내 내리막이므로 덜 더울 때 올라가 보기로 했다.

차로 다닐 때는 몰랐던 것들도 눈에 띤다.
제주 설화에 나오는 설문대 할망이 족두리를 벗어놓은 곳이 근처에 있단다.
설문대 할망은 놀이 삼아 제주도의 지형 지물을 만들었다는 어마어마한 거인이었다고 한다.

설화를 적어놓은 돌이 멋스러워서 자전거와 함께 한장 찍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다리를 건너다 보니 이런 돌이 보인다.

저 큰 돌이 할머니가 쓰다가 벗어놨다는 족두리인 듯하다.
크기보다 무게가 더 압도적이다.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방선문 가는 숲길은 '오라 올레'라고 잘 꾸며져 있다.
전에 매일 도서관을 다닐 때 점심 먹고 자주 산책하던 곳이다.

올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한라도서관이 나온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왔으니 그냥 찻길로!

길가에 넝쿨 장미도 얼마나 예쁘게 피었는지, 가다 서서 사진 찍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이 장미 사진 이후로 완전 가파른 오르막이다.
중간에 쉬면 더 힘드니 이때부터는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 도서관까지 한번에 갔다.

완전 힘들고 더워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정말로 너무 힘들어서 반납이고 뭐고, 이렇게 로비에 앉아서 한시간 이상 쉬었다.
땀이 다 식고 책 반납하고, 다시 대출 안하려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면서 또 책을 대출했다.

그리고 나왔는데....

비가 온다. 그것도 억수로 많이 온다. 천둥 번개도 치고...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다.
혹시나 해서 한참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날이 흐리니 점점 주변이 어두워진다.
아무래도 그냥 버스를 타고 집에 가야할 거 같다.
꼬란 자전거 타고 오지 말고 브롬톤 자전거를 타고 왔으면 착착 접어서 버스를 타면 되는데...
뭐가 좀 꼬이는 기분이다.

나 말고 꼬마친구도 엄마와 세발 자전거 타고 도서관으로 나들이 왔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이렇게 자전거를 놓고 집으로 간 것 같다.
다행이 내 자전거도 전에도 증명됐지만, 아무도 집어가지 않는 자전거이다.
그리고 자물쇠도 걸어놨고.

도서관 안내 데스크에 가서 버스 시간표를 알아보았다.
비가 엄청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단다.
나는 요즘 백수라 세상 돌아가는 것에 어두운 편이다.
자전거를 그냥 두고 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자물쇠를 걸어 놓으면 안전할 것이란다.
내가 우산이 없다고 사서 선생님이 자기의 우산을 빌려주셨다. 본인은 승용차를 타고 왔으니 괜찮단다. 고맙게도..ㅋ

혹시 잃어버릴 수 있는 헬멧과 빌린 우산, 비에 젖어가는 버스 시간표를 들고 열권이나 빌린 책까지 짊어지고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동네를 죄다 돌아다니는 완전 완행 버스이다.
자전거를 타면 30분이면 되는 거리를 버스 타고 1시간 걸려서 집에 왔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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