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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베고기'라는 이름은 참 부르기도 재미있고, 특이해서 좋다.
제주도 돔베고기는 이제 너무 유명해져서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고기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에 여행와서 누구나 한번쯤은 먹어보는 고기이기도 하다.

'돔베'는 제주도 방언으로 도마를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도마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도마의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방에서 쓰는 도마는 네모난 판자 모양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돔베는 정확히 말하면 나무로 만든 작은 상처럼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양용진 선생님 페이스북)

이렇게 생긴 것이 제주도 돔베이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네이버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제주음식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페이스북에 보면 서울에 제주의 주방기구를 전시했던 적이 있다면 올려놓으신 사진이 있다.
이런 주방기구들은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옛날부터 가지고 계시던 것으로 흔하게 제주도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돔베가 생겼는데, 제주도 전통 돔베에 대한 자료는 흔하지 않아서, 많은 음식점에서는 그냥 나무 도마를 놓고는 '돔베고기'라고 하고 있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나무 도마를 돔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굳이 상품성을 위해 제주도 방언을 차용해 써서 '돔베고기'를 파는 것이라면 똑같은 돔베는 제공하지 않더라도 돔베가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을 방치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귀한 돔베도 구경을 했으니, 진짜 제주도식 돔베고기를 만들어 보자.

재료 : 돼지고기 1Kg, 된장 1큰술, 대파 1뿌리, 상추, 배추, 마늘, 홍고추, 풋고추

돔베고기를 맛있게 하기 위해서는 돼지고기를 어떻게 삶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왠지 돔베 고기는 육지에서 먹던 수육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대로 물에 월계수 잎이나 커피를 놓어 돼지를 삶으면 돼지고기 잡내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사님의 제주도 돼지고기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셨다.
제주도 돼지고기는 잡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사실 그냥 물에 된장만 넣고 끓여도 아주 맛있는 삶은 고기가 된다고 하셨다.
그냥 마트에서 사온 돼지고기이지만 고기가 너무 좋다고 하시면서 오늘도 그냥 물에 된장만 풀어서 삶으셨다.
같이 수업하는 언니들이 특히 육지에서 이주해온 언니들이 누린내가 날 거라며 많이 걱정을 했는데도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고기에 대한 자신감이 어마어마하시다.

선생님께서 준비한 오늘의 돼지고기이다.

돼지고기를 이렇게 두툼하게 사와야 한다고 하셨다.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도 이정도가 좋다고 하신다.
나는 개인적으로 돼지고기 비계를 싫어하는데, 이렇게 적당히 비계가 있어야 돼지고기 요리는 맛이 있다고 하신다.
아쉽게도 흑돼지는 아니고 그냥 백돼지이다.

일. 물에 제주도 푸른콩 된장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고기를 넣고 1시간 정도 삶는다.

돼지고기를 삶을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돼지고기를 삶아서 고기를 주로 먹을 거면 물이 끓기 시작하면 고기를 넣어 다시 1시간 정도 끓이는 것이 좋다.
끓는 물에 돼지고기의 표면이 먼저 익어서 고기 안에 육즙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돼지고기 수육을 먹을 때 아주 맛이 좋다고 한다.

만약에 돼지고기를 삶아서 국 종류를 해 먹는다면 돼지고기를 찬물서부터 넣고 끓이는 것이 좋다.
서서히 익으면서 고기 안에 있는 육즙이 국물에 베어나와 국이 아주 맛있는 국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날 이렇게 돼지고기를 삶아서 돔베고기도 만들고 고기국수도 만들 것이므로 물이 미지근하게 데워졌을 때 돼지고기를 넣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시도이다.

이. 돼지고기가 끓는 동안 잘 익고 있는지 확인해 준다.

돼지고기가 잘 익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찔러보는 것이다.
찔른 후 젓가락을 뺐을 때 그 자리에서 핏물이 솓아나오면 아직 덜 익은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젓가락 자국만 남아 있으면 다 익은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집에서 돼지고기를 직접 삶아서 수육을 해먹지 않는다.
나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엄마가 김장하는 날 이렇게 두터운 돼지고기를 덩어리째 사와서 수육을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고기를 맛있게 삶아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고기를 삶는 건 언제나 엄마의 몫이었다.
그러니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서 우리가 아는 것이 없다.
다음부터는 엄마네 김장한다고 하면 내가 가서 돼지고기를 맛있게 삶아줄 자신이 생겼다.^^

삼. 고기가 다 익으면 건져서 얼음물에 소금과 식초를 약간 넣어 고기를 시원하게 샤워를 시켜준다.
이 부분이 오랜 제주음식을 연구하신 우리 선생님의 제주도 돔베고기를 맛있게 만드는 노하우이다.

고기가 다 익으면 이렇게 볼에 찬물을 받아놓고, 집에 얼음이 있으면 얼음까지 많이 부어놓는다.
그리고 이 물에 소금과 식초를 약간 넣어준다.

이렇게 준비한 물에 삶은 돼지고기를 얼음 샤워를 해주는 것이다.

수업을 받는 언니들도 이렇게 얼음샤워를 해주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그날 당장 집에 가서 수육을 만들고 이렇게 얼음샤워를 해주어 보았다고 한다.
그 동안 수육을 집에서 만들어 먹어본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수육이 이렇게 맛있게 된 적이 없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정말로 중요하고 훌륭한 팁인 듯하다.

이렇게 삶은 고기를 얼음샤워를 해주는 것은 찬물에 삶은 고기가 겉면이 응축이 되면서 더이상 고기의 육즙이 새어 나오지 않게 한다고 한다.
만약에 삶은 고기를 뜨거운 상태로 그냥 두면 삶은 열기로 고기는 점점더 익어서 점점더 살이 뻑뻑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뜨거운 상태로 그냥 접시에 두면 잠깐 사이에 육즙이 새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접시에 약간의 핏기가 있는 물이 흐르는데, 이걸 보고 덜 익었다고 생각하고 더 삶으면 수육이 맛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고기가 잘 삶아졌는지는 젓가락으로 확인한 상태에서 끝이고, 삶은 후에 나오는 핏기는 육즙이므로 최대한 고기가 그 육즙을 머금고 있게 하기 위해서 얼음샤워를 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고기 하나 삶는데도 정말로 순간순간의 노하우가 많고, 그래서 간단히 물에 삶은 고기지만 고기의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이렇게 얼음샤워를 해준 고기를 접시에 놓고 다른 걸 준비하느라 시간이 흐렀는데, 고기는 다시 뜨뜻해졌고, 육즙도 거의 흘러나오지 않았다.

사. 양념장과 쌈채소를 곂들여 상차림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돔베고기를 간장에 찍어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은 간장 양념과 육지껏들을 위한 된장 양념과 선생님의 취향이시라는 소금 양념장을 만들어 상을 차리셨다.
고기는 원래 제주도 사람들은 귀한 고기의 양을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서 얇게 썰어서 먹었다고 하는데, 수업하는 날은 두툼하게 썰어 놓으셨다.
제주도 사람들은 돔베고기를 얇게 썰어서 고기에 김치를 싸서 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차려 놓으니 돔베고기가 아주 맛깔나게 보인다.
실제 먹어보니 돼지고기에 대한 자부심을 부릴 만했다.
그냥 된장만 넣고 삶은 돼지고기인데도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 구수한 수육이 되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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