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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시장에 잡곡을 파시는 할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서 콩국수 해먹기에 만만한 콩을 소개 받았다.
할머니가 내게 추천한 콩은 흰 메주콩도 아니고, 검은 서리태콩도 아니다.
바로 흰 강낭콩이다.


오른쪽 아래서 세번째가 흰 강낭콩이다.

할머니 말에 따르면 요즘 젤루 인기많은 콩국수 용 콩이란다.
티비에서 여러번 나왔다는데, 사실 난 한번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잡곡밥을 해 먹으면서 친해진 할머니의 말을 믿고 흰 강낭콩을 사왔다.

우린 워낙 먹기도 잘 먹고, 집에서 거의 밥을 해먹기 때문에 잡곡을 해먹으면서 할머니의 단골 손님으로 내가 급부상해서 뭐든 한되를 사면 할머니는 한되반이나 담아주신다.ㅋ

시장 바닥에 서서 할머니께 콩국수 만드는 법도 배워왔다.

일. 콩을 씻고 물에 12시간 불린다.


할머니는 12시간을 꼭 이렇게 표현하신다.

오늘 자기 전에 물에 담어.
그리고 내일 아침에 건지면 딱 맞아.

할머니들의 두리뭉실한 시간표현이 참 재미있다.

이. 콩을 한번 삶는다.
물론 할머니는 애매한 표현으로 콩삶는 요령도 알려주셨다.

물을 붓고 콩을 삶는데, 콩 비린내가 안나도록 삶으면 돼.
이건 메주콩이랑 다르니까 너무 오래 끓이면 안돼~~

여러 번 자세히 물었지만, 할머니의 대답은 이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신다.
내가 알아서 삶아야 한다. 콩비린내 안 날 때까지..

한번 끓고 나서, 10분 정도 더 끓이면서 콩을 먹어보면 된다.
콩이 잘 익고, 고소한 맛이 나는 걸 보니 다 끓인 듯하다.


삼. 삶은 콩은 물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식혀준다.
콩삶은 물은 절대로 버리면 안된다.
콩의 영양가는 그 물에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믹서기에 콩과 콩삶은 물을 함께 넣고 갈아준다.


나는 고소한 맛을 더 추가하기 위해서 볶은 우도 땅콩도 시장에서 사왔다.
똑같은 땅콩이 동문시장 초입에서는 만원인데,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8천원이다.
이효리가 와서 사간 집이라고 사진도 여기저기 붙어있다.ㅋ


땅콩 껍질을 벗겨서 콩을 갈때 같이 갈아준다.


사. 콩물을 한데 모아준다.


여기서 할머니 말을 들었다가 낭패를 본 건 안 비밀.ㅜㅜ
할머니는 한번 삶을 때 두 대접을 하라고 하셨는데, 그 정도면 우리 둘이 콩국수를 삼시세끼 먹어서 삼, 사일은 먹을 수 있는 양이다.ㅜㅜ
내가 식구가 둘이란 말을 안해드렸나?

콩물을 갈아서 냉장고에 좀 남겨 둘 것을 생각해서라도 한 공기면 충분하다.
콩 한 공기면, 우도 땅콩은 한줌이면, 콩맛과 땅콩맛이 서로를 이기지 않고 적절히 서로의 맛을 내며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오. 콩국수에 들어갈 면을 삶는다.
우리집 앞에 있는 마트에 지난 번에 사다 먹은 중면도 정말 맛이 좋았는데, 이번에는 콩국수 면이라고 따로 있길래 그걸 사와봤다.
옥수수가루와 치자가 들어가서 국수의 색이 노랗다.
마찬가지로 소면이 아니고 중면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소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국수는 중면으로 먹는 듯하다.
나도 제주도 와서 중면을 먹기 시작했는데, 쫄깃함이 소면보다 배는 더한 것이 아주 맛이 좋다.


면을 삶을 때는 충분히 많은 물에 삶아야 한다.
그래야 면이 물이랑 함께 바글바글 끓으면서 균일하게 잘 삶아진다.


면을 삶는 요령은 한번 끓으면 찬물 반컵 넣고, 다시 끓으면 찬물 반컵 넣고, 다시 끓으면 끝인데...
이건 소면의 경우이다.
중면을 삶아보지 않는 나는 여러 번 면을 건져 먹으며 체크했다.
아마 앞의 과정에서 한번 더 찬물을 넣어주면 적당할 거 같지만, 전에 수업에서도 배웠지만 중면은 꼭 먹어보면서 삶아야 잘 삶을 수 있다고 했다.


다 삶은 면은 찬물로 흰 물이 거의 안 나올 때까지 씻어주는 것이 면을 탱글탱글하게 하는 요령이다.
거의 네, 다섯번을 체에서 박박 씻어준다.


정말로 면발로 승부를 걸어도 손색이 없는 상태의 탱글탱글한 면이 된다.

육. 면을 삶는 동안, 다른 냄비에서는 계란도 하나 삶아준다.


오이는 채썰어 주고, 시장에서 같이 사온 방울 토마토도 반으로 썰어 놓는다.


콩 파는 할머니 옆에서 바구니에 방울 토마토를 담아 파는 무뚝뚝한 아저씨한테 산 토마토가 엄청나게 맛이 있었다.
아마 우리가 흔히 심는 그 방울 토마토가 아닌 듯하다.
속까지 빨갛고, 씨가 좀 적다.
신맛은 거의 없고 단맛만 나는 이 방울 토마토 다음에 또 사다 먹어야 할 거 같다.

칠. 국수 사발에 담아야 하는데, 우리집에 두개 있던 국수 사발 중 하나가 깨져서 어쩔 수 없이 공평하게 파스타 접시에 담았다.
이렇게 담으니 보기는 좋지만, 시원한 콩국수 국물을 드리킹할 수가 없다.ㅜㅜ


예쁘게 담아서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해서 먹는다.


먹다가 색감이 너무 예뻐서 다시 한장.ㅋ

콩물은 한공기를 했는데도 이렇게 많이 남았다.


통에 담아 뚜껑 닫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면 언제든지 면을 삶아서 부어 먹으면 시원한 콩국수가 완성된다.
아침에 출출할 때 콩물만 마셔도 시원하고 좋다.

이번에 내가 찾아낸 콩국수 국물맛의 신의 한수는

바로 '한줌의 볶은 땅콩'이다.

그 어느 콩국수 집의 콩국물맛보다 천만배는 더 맛있는 콩국수가 됐다.

어? 시장 할머니가 말한대로 요즘 유행하는 흰 강낭콩으로 콩국수를 해서인가??
아무튼, 할머니가 콩을 너무 많이 담아주셔서 우리는 올 여름 내내 콩국수만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우도땅콩이 있으므로 절대로 질리지 않고 여름 내내 콩국수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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