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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이름도 희안한 '쌀다방'이라는 카페가 있다.

우리가 제주에 이주해 와서 첫 봄에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찾아낸 특이한 카페였다.
아마도 그때 티비에서 효리네 민박이 방송을 타고 구제주의 원도심이 핫한 관광코스가 되었을 때였던 것 같다.
이효리가 아이유와 구제샵에서 쇼핑을 하고, 인도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고, 여기 쌀다방에 와서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그 전에도 이집은 올레길 코스에 있어서 관광객에게 아름아름 소문이 나 있던 집이었는데, 효리 효과로 더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된 카페이다.

제주에 엄청나게 많은 카페가 있지만, 커피를 나가서 먹는 걸 좋아하지 않던 우리는 특이한 이 카페 앞에서 사진만 찍고 왔었다. 사진을 보니 따뜻한 계절이었네..ㅋ


그러다가 며칠 전 정아씨와 점심을 먹고 차나 한잔하자며 이곳을 찾았다.


앞에 놓아둔 의자가 바뀌긴 했지만 트레이드 마트인 '쌀'이라는 간판은 그대로이다.

이 간판에도 사연이 있다고 한다.
원래 이 집은 쌀가게였다.
그러다가 지금의 카페로 바뀌면서 카페 주인이 '쌀'이라는 간판의 옛스러움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냥 그 간판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원래는 2층에 걸려 있던 것을 아래로 자리만 옮겨 카페의 간판으로 써서 지금은 '쌀다방'이 된 것이다.

안에 들어가도 인테리어가 어디서 골동품같은 것을 수집해다가 여기저기에 잘 배치해 놓은 듯한 그런 분위기이다.
친구랑 간 날은 둘이 밀린 이야기를 하느라 인테리어된 것을 다양하게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몇가지 사진을 봐도 그런 느낌이 풀풀 풍긴다.


요즘 한껏 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이것이 가장 눈에 띄였다.
곡식을 담아서 계량을 하는 됫박에 커피콩을 담아 놓았다.
한되에 물을 넣으면 2리터가 된다는 내용도 써 있다.
내가 아는 걸로는 쌀을 한되 담으면 1.6킬로 정도 된다는 건데...ㅋ
새로운 상식 하나를 추가했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옛날 석유난로를 생각나게 하는 난로가 가운데 놓여 있었다.


위에 물주전자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고 있는 것도 정겹게 느껴졌다.
석유난로라 약간의 석유냄새는 덤으로 나고 있어서 더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소품인 듯했다.

바닥도 그냥 시멘트 바닥이었다.

주변에 그릇 진열장이나, 책상, 책꽂이 등이 거의가 내가 어릴 때 우리집 어딘가에 놓여 있던 그런 물건들처럼 보였다.
아마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포인트가 바로 이런 인테리어 때문인 듯하다.

정아씨랑 나는 제빵학원을 같이 다닌 인연으로 친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커피와 함께 디저트도 주문을 했다.
이런 카페에서 파는 디저트랑 우리가 학원에서 배운 디저트가 얼마나 다른지 보자며...ㅋㅋ


정아씨는 카페라테를 나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그리고 스콘 하나와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우리는 이 디저트를 먹으면서 우리가 만들던 제과와 어떻게 다른지 이정도면 우리도 카페에서 팔 정도의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을 거 같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하며 약간은 꼰대스럽게(?), 그리고 조금은 진상스럽게(?) 디저트를 평가했다.ㅋ
물론 우리끼리만.^^

그중 특이한 것은 커피가 나온 잔이었다.
정아씨의 잔도 옛날에 많이 본 것 같은 정말로 옛스러운 잔이었지만, 내 잔은 특히나 더했다.


옛날옛날에 할머니집에 가면 집에 귀한 손님이 오시면 겨우 한번 꺼낼까 말까한 그런 꽃무늬 커피잔이었다.
반투명의 이 커피잔을 보니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관광객이 많이 찾으며 인증샷도 엄청 찍는 이집의 인기 비결이 이런 소품 때문인 듯하다.
뭐, 효리 효과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긴 하겠지만, 분명 이 집은 효리네 민박을 통해 방송을 타기 전부터 유명했던 곳이었으니, 꼭 효리 때문이라고만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구제주 원도심에 가면 여기 '쌀다방' 말고도 재미있게 꾸며놓은 옷가게, 책방, 디저트 가게, 향토음식점 등이 많다.
올레 17코스와 18코스가 원도심에 연결이 되어 있고, 올레 패스를 파는 간세라운지(올레 안내소)도 근처에 있다.

이제 입춘도 지났고, 제주부터 봄기운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올봄 제주에 놀러와서 공항 근처, 구제주 원도심에 있는 쌀다방에 들려 그리운 할머니를 한번쯤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는 정아씨랑 엄청난 수다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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