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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옥수수는 육지 옥수수보다 먼저 수확이 시작된다.
그리고 요맘때 나오는 제주도 옥수수를 '사탕 옥수수'라고 부른다고 한다.
작년에 이런 옥수수가 있다는 말만 들어서 올해는 꼭 그 옥수수를 사먹어 보고 싶었다.
사탕옥수수라니 얼마나 맛있길래 이런 이름이 붙었을 지도 궁금했다.

지난 여름 동문시장을 한바퀴 돌아 집으로 오려는데, 거의 시장 마지막에 옥수수가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이거 딱! 봐도 뭐가 다른 느낌이 드는 옥수수이다.
옥수수알이 아주 노랗다 못해 샛노랗다.
이렇게 노란 옥수수알은 본 적이 없다.
내가 기웃기웃하고 있으니까 아주머니 흥정에 들어가신다.

"옥수수 들여가요. 이거 진짜 맛있어요."
"이게 사탕옥수수에요?"
"그치, 사탕옥수수. 제주도에서 딱 요맘때만 나오는 옥수수인데, 진짜 맛있어요."

워낙 시장분들의 상술에 잘 안 넘어가는 나는 옥수수를 요리보고 조리보고 하며 들여다만 보고 있었다.

"이 한바구니가 얼마에요?"
"만원에 들여가요."

헉! 무슨 옥수수가 이렇게 비싸지? 옥수수가 나오는 철이면 몇천원이면 한 망도 살 수 있을텐데, 이렇게 덜어 파는 것도 만원이나 하다니...
나는 아무리 제주도 사탕옥수수가 유명해도 너무 비싸다 하는 생각에 발길을 돌리려고 했다.

"이거 하나 뜯어 먹어봐요. 맛이 달라."

아주머니의 마지막 제안이었다.
그러면서 옥수수 한알을 떼어 주셨다.
딱딱해서 못 먹을텐데 하는 의심어린 눈빛으로 옥수수알을 먹어 보았다.
그런데 완전 물이 많은 과일 같은 맛이 났다. 당도도 엄청나게 높았다.
나는 겨우 옥수수 한알을 먹어보고 그냥 그 옥수수를 사버렸다.

집에 오자마자 옥수수를 삶기로 했다.


옥수수 수염을 떼고, 겉껍질을 하나 남겨두고 절대로 삶지 말고 쪄야 한다는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찜기에 넣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당부하신 다른 한마디는 물이 끓어 김이 올라오면 조금 기다리다 바로 불을 끄라고 하셨다.
전에 시골에 살 때 옥수수는 김이 나고도 한참을 쪄야 했었고, 그래도 잘 안 쪄져서 난 언제나 옥수수를 물에 담궈 삶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김나자마자 조금 기다리다 불을 끄라니...


찜기 앞을 지키고 있었다.
금방 물이 끓고 김이 나기 시작했다. 한 오분 정도 더 있다가 우선 불을 껐다.


별 변화가 없는 것 같아서 뜨거운 걸 참고 옥수수 한알을 떼어 먹어 보았다.
헉! 진짜로 벌써 다 익었다.
그리고 옥수수알이 마치 석류알처럼 톡톡 터지면서 단물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옥수수였다.


난 이렇게 일렬로 옥수수알을 떼어 먹는 걸 좋아한다.
옥수수알이 너무 연해서 처음에 줄을 잡기가 좀 어려웠지만, 성공적으로 길을 내서 한줄씩 떼어 먹을 수 있었다.

며칠 전 티비에서 보니까 이 사탕옥수수는 과일처럼 안 찌고 먹는 경우가 더 많단다.

맞는 말이다. 그냥 먹어도 마치 과일 같이 물도 많고 달기도 달다.

갑자기 이 한겨울에 여름에만 잠깐 나는 사탕 옥수수가 생각나고 난리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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