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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멸치가 얼마 남지 않은 걸 봤다.

그래서 오늘 마트에 가서 국멸치를 한 상자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멸치가 너무 말라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난 여름 동문시장에서 싱싱한 멸치를 사다가 해 먹었던 것이 기억이 나서 정리해 보았다.

남편과 함께 동문시장에 다녀왔다.
시장에 가면 특이한 제주산 식자재가 많이 있다.

길가에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가꾸었다고 들고 나온 물건들...
난 이제 그걸 믿는 순진한 사람은 아니다.
물론 할머니가 텃밭에서 가꾼 것도 있지만, 어딘가에서 물건을 떼다가 파는 것도 많이 있다.
요즘은 호박이 많이 나오는 시기인가 보다.
그 당시가 장마 전선이 잠시 제주에 왔다가서 아마도 돌담 옆에 심어 놓는 호박들이 쑥쑥 자란 듯하다.
마트에서 파는 예쁜 애호박과 달리 할머니들의 호박은 각양각색의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호박이 당기는 날이 아니니, 그냥 지나친다.


떡볶이, 튀김, 보리빵, 꽈베기, 찹쌀도너츠 등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거리도 즐비하지만, 그때는 다이어트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유혹을 뿌리치고 지나친다.

수산물 코너를 쭈욱 둘러 보았다.
이날 우리가 사려고 하는 건, 깅이(작은 게)와 멜(멸치)이다.
하지만 흔하디 흔하다는 깅이는 아직도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번 왔을 때 할머니 한분이 파는 걸 봤을 뿐이니, 아직은 많이 잡히지 않는 듯하다.

다행히 멸치는 많다.
작년과 올해 제주도의 멸치 잡이가 시원치 않다고 하던데, 다행히 시장에 멸치가 나온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된 멸치 시세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 생각에는 그리 비싸지는 않다.
한 바구니에 5,000원이다.

이 멸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른 멸치가 아니고, 그날 갓 잡은 멸치이다.
다행히 시장 아주머니들이 멸치를 손질해서 사다가 조리만 해서 먹을 수 있게 판다.


이런 멸치들을


이렇게 손질해서 파신다.

제주도 사람들은 멸치로 튀김을 해 먹는다고 한다.

어려서 아빠가 계곡같은데 낚시를 가서 피래미를 잡아오시면 엄마가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주시곤 했었다.
그때는 그냥 통째로 튀겨서 먹었었는데, 아무튼 제주도 멸치는 그때의 피래미 보다 크니, 아마 손질을 해서 먹는 듯하다.

주말 이 멸치로 내가 선택한 요리는 멜지짐과 멜튀김이다.

제주음식스토리텔링 수업과정에 멜요리가 있었는데, 그때는 멜이 조업이 안되어 구할 수 없어서 배우질 못했다.
그래도 '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전문가 과정'을 듣고 있는 내가 도전 못해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 뿜뿜^^

멜지짐

일. 멜을 깨끗한 물로 헹군 후 채에 받쳐 물기를 뺀다.


이. 냄비에 물을 넣고 간장 1큰술, 제주푸른콩 된장 1큰술, 설탕 1/2큰술, 식용유 1/2큰술을 넣은 다음에 한번 끓으면 멸치를 넣어준다.

삼. 다진마늘을 1큰술 넣고 풋고추도 어슷썰기 해서 넣어준다. 그리고 부의 상징인 '고춧가루'를 1/2큰술 넣어준다.^^

사. 불을 줄여서 한참을 졸인 다음에 상추쌈과 함께 먹는다.


멸치를 된장 양념에 졸였더니 강된장 같기도 하고, 꽁치 조림같기도 하다.
멸치는 뼈째 씹어먹을 수 있으니 칼슘도 보충이 되겠지?

멸치하면 멸치 볶음, 멸치 육수.... 그 외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이렇게 지짐(조림)으로 먹으니 제주스러운 반찬 하나를 제대로 재현한 느낌이다.

멜튀김

튀김은 무조건 밀계빵만 기억하면 된다.

한바구니 사온 멸치의 반은 멸치지짐으로 하고, 나머지 반은 튀겨먹기로 했다.

일. 튀김용 기름을 깊은 볼에 부어준다.


이. 기름이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멸치를 준비하고, 튀김옷을 입힐 밀계빵(밀가루, 계란, 빵가루)을 준비한다.


삼. 기름의 온도가 올라가면(보통 180도인데 밀가루 반죽을 조금 던져봐서 금방 다시 올라오면 된 것이다.), 멸치의 꼬리를 꽉 잡고 밀가루, 계란, 빵가루 순으로 옷을 입혀준다.


사. 기름이 튀지 않게 조심해서 멸치를 기름에 넣어 튀겨준다.


예쁜 황금갈색이 나올 때까지 튀겨준다. 중간에 뒤집어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오. 채망에 키친타올을 깔고 기름을 빼준다.


육. 접시에 예쁘게 플레이팅한다. 화려하다.ㅋㅋ


이렇게 싱싱한 생멸치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제주도에서 국멸치는 왜 이렇게 안 좋은 걸 파는 걸까?

아마도 이건 육지에서 오는 걸 파는 거겠지?

제주도 사람들은 국멸치를 어떻게 사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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