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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나물)죽

재료 : 보리 1컵, 차조 1컵, 메밀쌀 1컵, 산나물 200g(동초와 취나물), 삶은 고사리 약간, 소금 약간, 물 3리터 이상


좀더 자세히 보면 왼쪽부터 동초와 고사리 그리고 오른쪽이 취나물이다.
아직 나는 나물을 딱 봐서 알 정도로 잘 알지는 못한다. 그냥 하나하나 알아가는 단계이다.
그래도 제주음식을 배우면서 전과 달라진 것은 식재료를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 식재료부터 음식 스토리텔링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 보리와 메밀쌀과 차조를 씻어서 끓인다.


이런 곡물을 끓이는 순서를 지금까지 배운 지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보리를 먼저 삶아두고, 메밀은 빠르게 익는다고 하니 삶은 보리를 끓이다 넣고, 차조는 아주 작은 곡물이니 가장 나중에 넣어서 끓이면 된다.

이. 고사리를 잘게 썰어 넣는다.


고사리는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봄에 들에서 고사리를 뜯어서 한번 삶는다. 삶아서 물기를 꼭 짠 후 냉동실에 보관해서 통통한 고사리로 쓰는 경우가 하나이다.
두번째로는 봄에 뜯은 고사리를 한번 삶아서 바람에 말려 두는 것이다. 이렇게 말린 것은 그냥 상온에 보관해 두었다가 먹을 때 다시 삶아서 쓴다.

제주도에는 고사리가 매우 유명하다.
4월이 되면 제주도 오름 주변의 찻길 가에 여기저기 승용차가 정차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차를 세워두고 숲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뜯는 사람들이다.
제주도의 고사리는 한 뿌리에서 아홉 번을 뜯을 수 있다고 한다.
한번 뜯으면 그 자리에서 또 어린 줄기가 나오기를 봄이 가기 전에 아홉 번이나 한다고 하니, 아무리 뜯어도 지천으로 있는 것이 제주도 봄의 고사리이다.

육지에서는 6월이나 되어야 장마가 오지만, 제주에는 6월 장마 말고, 4월에서 5월에 마치 장마처럼 몇날 며칠을 비가 오는 시기가 있다.
이때 고사리는 돌아서면 다시 자랄 정도로 쑥쑥 큰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봄의 이 시기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른다.
어쩜 이름도 이렇게 예쁘게 지었는지.ㅋ

제주 음식을 같이 배우는 사람이 가시풀에 찔려 가며 뜯은 고사리를 너무나 예쁘게 말렸다.
봄에 우리집에 놀러오신 이모님이 제주도 고사리를 너무 좋아하셔서 그 친구에게 한보따리 사서 드렸다.


나는 잘 모르는데, 이렇게 생긴 고사리가 좋은 고사리라고 한다.
눈으로 잘 익혀두었다가 다음에 고사리 살때 속지 않도록 잘 알아두어야겠다.

제주의 고사리가 유명하다고 하니 꽤 많은 사람들이 중국산 고사리를 가져다 제주도 고사리라고 속여 파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유명한 제주도 고사리를 애초에 말리지 않은 것을 쓰거나, 아니면 말린 것이면 끓여 다시 불린 후에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삼. 산나물(동초와 취나물)은 씻어서 잘게 썰어 넣고 눌지 않도록 계속 저어주면서 끓인다.


사. 소금 간하고 마무리한다.


멀건 풀죽이다. 정말로 비주얼만 봐서는 피난 때나 먹었을 거 같은 비주얼이다.
물도 많고 온갖 거친 잡곡에 풀떼기를 숭덩숭덩 썰어서 양을 늘인 죽이니 말이다.


이것이 완성된 풀죽이다.

오. 산나물은 쑥, 달래, 냉이, 원추리, 비름나물 등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를 혼합해서 이용한다.
한마디로 주변 땅에 지천으로 올라오는 풀 중 먹을 수 있는 것은 뭐든 뜯거나 캐다 넣어먹는 죽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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