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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소 언니 중 한명이 독감이 걸려서 어제부터 못 나오고 있다.

급식소에는 언제나 10명이 각각의 파트에서 일을 해야 학생들에게 급식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밥을 하는 사람이 둘, 반찬을 하는 사람이 넷, 설거지 하는 사람이 둘, 홀 담당이 둘, 이렇게 파트를 나누어서 일을 한다.

그러므로 한사람이라도 결원이 생기면 전체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

나도 처음에 급식소 알바를 하게 된 것도 급식소 부조리사인 친구가 아파서 보충 인원으로 나가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어제부터 결원이 생겨서 다른 알바생이 한명 왔는데, 알바생은 무조건 홀담당이다.

나도 아직 다른 파트는 안하고 홀만 담당하고 있는데, 두 알바생이 홀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언제나 원래 급식소에서 일하는 언니가 홀 담당을 하면 내가 보조를 했었는데, 어제부터는 언니들이 나보고 홀 담당을 하고 새로온 알바생이 보조를 하라고 했다.


홀을 전담해서 일을 해보지 않아서 조금 힘들고 당황도 했지만, 그래도 두달 정도 보고 배운 게 있어서 큰 착오없이 어제 오늘 홀 일을 해냈다.

언니들도 어깨 넘어 배운 것 치고는 아주 잘한다며 수고했다고 다들 한마디씩 칭찬을 해주셨다.ㅋ


고3 수능이 끝나면 알바는 끝나지만 언제든지 결원이 생기면 알바 일순위로 나를 불러준다고 한다.

힘은 들지만 제주도 언니들과 알고 지낼 계기도 되고, 쏠쏠한 용돈 벌이도 되어 아주 즐겁게 일하고 있다.


급식소 언니 중 한명이 오늘 오메기떡을 주문해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었다.

그 언니가 이번달 수당이 많이 나와서 한턱 쏘는 것이라고 한다.



원래 오메기떡은 찹쌀떡 같은 것에 팥앙금을 넣고 겉에는 삶을 팥을 붙인 떡이다.

요즘 오메기떡이 관광객에게 인기 상품이라 오메기떡집이 제주에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오메기떡을 만들어 파는 집이 많다.

이집도 그런 듯하다.

원래 오메기떡도 있고, 견과를 붙인 오메기떡도 있고, 콩고물을 묻힌 오메기떡과 검은깨가루를 묻힌 오메기떡도 있다.

내가 먹어보니 검은깨가루를 묻힌 오메기떡이 꽤 맛이 좋았다.



이렇게 포장해 전국으로 택배도 보내준다고 한다.

이 언니가 내가 어제 오늘 홀 담당하느라 수고했다고 오메기떡을 더 많이 챙겨주셨다.

일할 때 바쁘면 화도 잘 내고 그러시지만, 쉴 때 보면 언제나 즐거운 언니들이다.

따뜻한 엄마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내 생각에는 급식소 일이 보통 중노동이 아니다.

모든 언니들은 무기 계약직으로 근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년은 보장이 되지만, 방학 때는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일년 365일 일하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 셈이다.

그래도 처음 급식소 사람을 구할 때, 학교에 자녀가 다니고 있는 엄마들에 한해서 채용이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자식에게 밥을 해주는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기를 바래서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규정이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 근무하고 있는 언니들이 거의 10년씩은 된 언니들이라 모두 학부모 자격으로 근무를 할 수 있던 때 채용이 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좀더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급식소 알바를 하면서 참 많은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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