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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제주도를 지나간 태풍의 이름은 '콩레이'라고 한다.

태풍이 온다는 뉴스가 뜨면 제주도 사람들은 집 안팎으로 단도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가 이사오던 해에도 엄청난 태풍으로 가로수가 넘어지고 신호등이 꺾이고 지붕이 날라가고 자동차가 부서지고 난리가 아니었었다.



주변에 이런 모습이 펼쳐져도 부동산 아저씨는 "가끔 이런 태풍이 오긴 와요."라며 매우 덤덤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제주도 사람들은 태풍이 오기 전에는 완전 호들갑을 떨면서 집안 단속을 하지만, 태풍이 닥치면 꽤나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자연의 힘을 이미 알고 있어서 가질 수 있는 처세술인 듯하다.

어제 학교도 단축수업을 했다.

단축수업이 있는 날은 급식소도 점심만 하기 때문에 일도 일찍 마무리가 된다.

나는 지금까지 알바로 급식소에 다니다가 수능 전까지 계약직으로 다니기로 결정이 되었다.

학교에서 하는 행정이라 그냥 알바에서 계약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공고를 내고 공고를 보고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본다고 한다.

나도 서류 제출을 하고 채용 건강 건진도 받아서 결과지를 제출했다.

지난 4일 행정실에 가서 행정실장과 담당자, 그리고 영양사님 입회 아래 면접을 보았다.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이 나 외에도 2명이 더 있었다.

아마도 나는 그간 급식소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던 것이 경력으로 인정이 되어 훨씬 유리한 상황일 것이다.

갑자기 생각지도 않게 면접을 보느라 좀 당황은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내가 아직은 알바생 신분인 걸 그때 알았다.ㅋ

태풍이 온다고 단축수업을 하니 급식소도 일이 일찍 끝났고, 다른 언니들은 정리하고 더 있다가 퇴근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알바생이라고 일찍 퇴근도 시켜 주었다.

이래저래 알바생 편의를 많이 봐주는 언니들이다.

평생 몸을 쓰는 일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때 조금 하긴 했지만, 그때 우리는 너무 힘들게는 일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급식소에서 일하는 강도가 내게는 엄청 세다.

여기저기 근육통도 생기고, 관절에도 무리가 간다.

다른 언니들에게 물어보니 언니들도 언제나 몸이 아프다고 한다.

일할 때는 바빠서 아픈 줄도 모르다가 집에 와서 쉬려고 하면 여기저기 많이 아프다.

노동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일찍 퇴근해 집에 오는데, 태풍이 점점 심해져서 바람 때문에 비가 세로로 오기 시작한다.

그러니 아무리 우산을 써도 온몸이 다 젖는다.

이렇게 비에 다 젖는 경험도 제주에 와서 자주 하는 경험이다.

밤새 태풍 때문에 심하게 바람이 불고 비도 많이 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보니 제주도 곳곳에 태풍 피해가 심각하게 났다고 한다.

우리집은 다행히 태풍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는 집이다.

다만, 마당에 있는 귤나무가 올해는 해걸이를 하느라고 귤도 두개밖에 안 달렸는데, 그 중 하나가 바람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직 색도 파란데 떨어졌다. 먹어보면 귤맛은 나려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귤나무에는 이제 겨우 한개의 귤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건 노랗게 익을 때까지 떨어지지 말고 잘 달려 있었으면 좋겠다.

작년에는 귤이 많이 달려서 한동안 귤을 잘 먹었었는데...

내년에는 다시 많이 달리길 바란다.

이러면 우리집은 농가 피해는 50%가 되는 것인가?ㅋ

아무튼 이제 태풍은 지나간 것 같은데, 아직도 바람도 불고 비도 조금 온다.

더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어? 그러고 보니 우리가 제주도로 이사온지 딱 2년이 되었다.

2016년 10월 5일에 와서 전입신고를 했었는데...

완전히 이사를 한 것은 12월이었지만, 그래도 전입신고로 공식적인 제주도민이 된 것은 딱 2년 전이다.

생각해 보니 그때도 태풍이 왔었는데, 딱 2년 후인 오늘도 태풍이 제주도를 강타했네?

요맘때가 제주도에 태풍이 오는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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