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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 스트로벨이 지은 <행복의 가격>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이다.

다운사이징(집을 줄이는 것), 100가지 물건만으로 살기, 프로젝트 333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책이다.


우리도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우리는 결혼해 항상 작은 집에서 살았다.

처음 성남에 신혼집을 장만했을 때도 작은 집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분당으로 이사와서도 계속 오피스텔에 살았기 때문에 거의 원룸같은 집에서 살았었다.


우리의 살림은 그래서 항상 많지 않았다.

단둘이 살기 때문에 가구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둘다 옷을 화려하게(?)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옷도 많이 사지 않는다.

결혼하고 내가 살이 많이 불어서 요즘은 남편옷과 내옷이 구분이 안 될 정도여서 난 남편의 옷도 잘 입는다.

남자옷이 사실 좀 편하거든..ㅋ


게다가 그릇도 딱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산다.

결혼할 때 내가 가르쳤던 학생 엄마가 사준 그릇 종합세트가 있는데, 아직도 그 그릇을 쓰고 있다.

하나둘 깨져서 이제는 거의 짝이 맞지 않지만, 아무튼 최근에 가끔 필요한 그릇을 하나둘 살 정도이다.


그런 우리의 살림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책이다.

특히 남편이 책을 많이 읽고 책도 많이 사기 때문에 일년이면 몇백권의 책이 늘어난다.

나도 이런 저런 취미가 많아서 이런 저런 책을 많이 사 모으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우리집에는 책이 가장 많다.


여러번 이사할 때 책을 천권씩 처분하곤 했다.

아마도 세번 정도는 그렇게 한 것 같다.

결혼할 때 각자의 책을 대폭 줄였고, 분당으로 이사갈 때 대폭 줄였고, 제주도로 이사올 때 다시 대폭 줄였었다.

특히 상주 시골에 살때는 우리 땅이 오천 평이나 있었지만, 우리집은 7평짜리 조립식 주택이었다.

그리고 5평짜리 콘테이너 집이 있었는데, 거긴 죄다 책으로 가득 찼었다.


제주도 집도 주택이지만 옛날 제주도 집이라 아주 작다.

이사를 우리 트럭으로 왔는데, 한번 올때마다 오십만원 정도 들어서 여러번 이사짐을 옮길 수가 없었다.

아마 이삿짐 센터에 맡겨서 이사를 했으면 몇백만원은 족히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때 아마도 우리집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책을 처분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는 책을 사 모으지 않기로 다짐을 했다.


이렇게 우리는 결혼하고 줄곧 미니멀한 집에서 살림을 잘 늘리지 않는 미니멀리즘의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이 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행복의 가격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적게 가지고 있으면 적게 가지고 있을수록 행복의 가격이 플러스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말대로 하면 우리의 행복의 가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사실 시골에서 7평짜리 집에서 살다가 제주도 집이 본채가 10평, 아래채가 5평이어서 우린 두배나 넓은 집으로 이사를 온 셈이다.

지금 살고 있으면서도 이 집은 우리에게 딱 좋은 집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물건을 소유하려고 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자기를 나타내는 척도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우린 더 큰 집이 필요하고 더 많은 가구가 필요하다.

집이 커지면 집에 들어가는 돈도 많아진다.

이사를 할 때 보면 전에 이사온 이후로 한번도 안쓴 물건을 다시 이삿짐에 싸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다 쓰면서 살게 되질 않는다.

그러니 곱게 모셔두는 물건들을 위해서 비싼 돈을 주고 넓은 집을 사야하고, 이사를 할래도 비싼 돈을 주고 묵은 짐들을 옮겨야 하는 것이다.


결혼하고 줄곤 작은 집에서 적은 물건으로 살고 있는 나와 남편은 한번도 집이 작아서 물건이 없어서 불편을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무거운 물건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제주도가 너무 좋지만, 언제고 더 좋은 곳이 생기면 우리는 가볍게 또 그곳으로 이사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20년 가까이 과외나 학원강사를 했지만, 지금 급식소 알바라는 일자리가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직업도 가볍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평생 직장이라는 것, 전문직이라는 것이 좋은 직업이기는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내게는 그런 직업이 좀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알바를 하게 된 요즘 하는 일이 스트레스도 없고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안정적인 직업보다 가벼운 삶의 방식이 더 '행복의 가격'을 높여주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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