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서 소개받은 책으로 제목만 메모해두었었다. 두어달 계속 대출 중이어서 빌리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빌릴 수 있었다. 매번 대출에 실패한 책은 더 그 내용이 궁금해진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일본어 제목인 ‘스키마와라시’라니… ‘극간동자’란 뜻이라는데, 정확한 뜻은 책을 다 읽어야 알 듯하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은 헐~ 귀신? 유령? 혼령? 뭐 그런 거에 대한 이야기이다. 워낙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나는 처음에 한참 망설였다. 이걸 읽어 말어…. 주인공 산타와 그의 형 다로에 관한 이야기이다. 형은 골동품에 관심이 많아 그와 관련한 일을 한다. 산타와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형이다. 산타는 어려서부터 ‘그것’을 알아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란 바로 ‘물건에 남아 있는 사념’이다. 산..
작가가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 쓴 글이지만,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녀 본 사람이라면 백퍼 공감할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 읽으면서 어릴 때 추억을 새록새록 되새겨 볼 수 있는 정감어린 책이다.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끝까지 읽고 생각한 것은 다 추억할 만한 것이지만, 아직은 그렇게 아련히 그리워하는 풍경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서 희미해진 기억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은 옛날 일이나 추억하며 지낼 정도의 나이는 들지 않아서일까? 아마도 아직은 하루하루가 바쁘고 현재를 사느라 신경쓸 것도 많고 하니 옛추억이 아련하게 느껴지지 않..
음메에에에 하는 염소의 맛이 아니고 수영장에서 나는 소독약인 염소의 맛을 나타내는 것이다. 수영장에 갔다오면 한참을 코끝에서 느낄 수 있는 염소의 향, 그걸 뜻한다. 제목도 특이하지만 내용도 신선하다. 게다가 무려 만화책이다. 그림을 너무 자연스럽게 잘 그려서 마치 정말로 수영장 물속에 들어가 있는 듯하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에메랄드 색이 펼쳐지고 있어서 눈도 호강하는 듯한 책이다. 척추옆굽움증 때문에 물리치료사가 권한 수영을 하러 간 남자주인공은 거기서 수영을 아주 잘하는 여자를 알게 된다. 수영 선수였던 여자가 남자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리고 남자는 어느날 여자에게 묻는다.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못할 거 같은 거에 대해 생각해 봤어? 그녀의 대답은 이랬..
제목과 목차에서 술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소개하는 책 같았다. 하지만 소설책이다. 밤을 지켜주는 지킴이센터에서 일하는 쇼코라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심부름센터같은 곳인데, 아이를 두고 야근을 해야 하는 엄마나 늙은 부모를 두고 출장을 가야 하는 자식이거나 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아이나 부모를 밤새 부탁하면 그들을 보살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아침 11시쯤에 일이 끝나서 점심을 먹고 퇴근한다. 쇼코는 그 점심을 술과 함께 정성껏 먹는다. 그래서 제목이 ‘낮술’인 것이다. 철부지 때 임신을 하는 바람에 일찍 결혼을 했지만 곧 이혼을 한 주인공의 쓸쓸한 이야기와 의뢰인들의 쓸쓸한 사연이 낮술과 잘 어울리는 전개이다. 한번 노인이 되면 계속 똑같은 줄 알았는데 노인에도 단계가 있더라고. 젊은 노..
나는 이 책이 환경 문제를 다룬 책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책을 빌려 읽어보니, 집안 살림을 하는 내용이었다. 방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고 집안을 정리하는 노하우(?)에 대한 여러 작가가 쓴 글이다. 내가 주부가 된지는 벌써… 아무튼 오래되었다. 중년이 된지도 오래니… 그러니 살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나만의 집안 살림 노하우가 있다. 뭐 대단한 살림력을 키우지 않고도 이제는 생활에 배어 있는 습관들로 그럭저럭 잘 살림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은 이제 갓 부모로부터 독립한 사람들 혹은 이제 갓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꾸린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인 듯하다. 마트에서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우고 그걸로 밥 한끼를 해먹는데도 다짐과 각오를 앞세워야 하는 건 중년 아줌마에..
제목에서부터 재미를 담보해주는 듯하다. 표지에 나온 그림도 눈길을 끈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반도 넘게 그림으로 구성된 책인데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우선 글씨가 너무 작고, 사진도 겨우 2cm 정도로 작다. 도대체 나처럼 눈이 나쁜 사람은 책을 집중해서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작가가 일본사람이라는 걸 신경쓰지 않은 것이 내 잘못이었다. 수많은 아저씨들을 관찰해 그들의 특성을 재미있게 전개할 것이라는 내 추측은 빗나갔다. 아마도 작가는 관찰력과 그림 실력은 뛰어나지만 글솜씨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재미있는 그림은 많은데, 그에 딸린 글은 정말로 하나도 재미가 없다. 너무 아쉬웠다. 좀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위해 더 많은 취재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림 솜씨 하나는 ..
어떤 내용의 책일지 매우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마치 시집처럼 얇은 책이었다. 첫부분은 ‘그때일지도 몰라’라는 제목으로 ‘하나, 둘, 셋…’이라는 부제목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어른이 되는 시점인 그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공감이 간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에 대한 모든 걸 남이 아닌 내가 결정하게 되는 순간, 그저 즐거움으로 걷기를 더이상 하지 않는 순간, ‘멀리 가면 안돼’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되는 순간, 아무리 결심해도 지금보다 더 클 수 없다는 걸 알았던 순간, ‘왜’하고 신나게 생각하는 대신에, ‘그렇게 돼 있는 거야’라는 따분한 대답으로 어떤 의문도 간단히 지워 버리게 되는 순간,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는 순간, 스스로 불완전한 인간임을..
제주도 동쪽 구좌읍에 있는 종달리를 배경으로 쓰여진 글이다. 제주로 이사오기 전 종달리에 있는 ‘소심한 책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읽은 종달리에 관한 책을 보고, 그때의 여행 일정을 종달리 탐색으로 급회전했었다. 그때 가고 보았던 많은 곳이 소개되어 있었다. 대부분 가본 곳이여서 친숙했지만, 너무 익숙해 큰 감동은 없었던 책이었다. 뭐 모든 책이 훌륭하고 감동적이고 재미있을 순 없으니까. 그래도 중간에 던져버리지 않고 끝까지 읽은 것은 익숙함 때문이었던 듯하다. 뒷부분에 ‘소심한 책방’을 소개하는 글에서 유재필의 ‘소심한 사람’이라는 책 소개가 있었다. 그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서 검색을 했는데, 없었다. 독립서적이어서 적은 책을 출판해서 이미 절판이 되었다고 한다. 도서관에도 없어서 더 아쉬..
작가는 젊어서 여러 군데의 직장을 다녔다. 그리고 현재는 프리렌서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카페를 잘 가는데, 그런 그의 생활에서 생겨난 생각과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적은 책이다. 읽는 내내 덩치는 크지만 귀여운 남자 어른이 상상되는 그런 책이었다. 존경하는 뜻을 담아알아차리기 힘든 각도로 살짝 목례했다. -우리도 카페에서 무심코 보게 된 어떤 사람의 탄복할 만한 행동을 보면 이렇게 살짝이 존경을 표하고 싶을 때가 있다. 카페에서 지나친 사람이니 대놓고 표현은 못하고 수줍게 절대로 눈치채지 못하게 존경을 표할 때 살짝 목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널리 알려진 원칙을 깨면서 더 나은 상태에 도달한 사람 -이런 사람을 보면 ‘오호~’하고 감탄하게 된다. 나도 가끔 이런 사람이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도 아무튼 시리즈의 책이다. 책을 읽다보니 작가가 어딘가 낯이 익다. 글체가 많이 익숙하다. 그리고 다시 작가의 이름을 자세히 보니, 전에 읽었던 책의 작가이다. ‘전국축제자랑’이라는 책이었다. 김혼비, 박태하가 함께 쓴 책이었다. 전혀 재미있을 거 같지 않던 책이 엄청 재미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 책은 김혼비가 살면서 술 때문에 겪은 에피소드를 다룬 것이었다. 역시 글을 재미있게 잘 쓴다. 급식실 동료가 ‘재미있는 책 있어요?’라고 물어서 이 책을 빌려주었다. 그랬더니, 재미있다면서 하루만에 다 읽어 버렸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자신의 술 에피소드와 비슷한 대목이 많아서 공감하면서 읽었다고 한다. 요즘 이렇게 내가 읽은 책을 주변 사람과 나눠 읽으면서 뭔가 뿌듯함을 느낀다.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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