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이번에 만들어볼 제주 음식은 '보말촐레'이다.

간단한 밑반찬을 만들면서 제주 보말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포스팅해 볼 생각이다.

'보말촐레'.. 어쩜 이름에서부터 제주스러움이 물씬 풍기는지.ㅋ

'촐레'는 '반찬'이란 뜻의 제주어이다.

보말이란 바닷고동 혹은 갯고동이라고도 하는데, 제주 사람들이 많이 먹는 보말은 크게 두가지라고 한다.
수두리 보말과 먹보말인데, 수두리 보말은 식감이 쫄깃하고 '고메기'가고도 부른다고 한다.
먹보말은 단맛이 좀더 나는 보말이라고 한다.


(사진출처 : 네이버) 왼쪽이 수두리 보말이고 오른쪽이 먹보말이다.

보말촐레

재료 : 삶은 깐 보말 1컵, 간장 4큰술, 깨소금 2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일. 삶은 깐 보말을 준비한다.


이. 보말에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완성된 보말촐레이다.


제주도에서 보말은 갯바위에 나가 흔하게 주워다 먹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식자재이다.
너무 흔한 재료라 그냥 간장에 버무려 밑반찬처럼 흔하게 먹던 보말이었는데, 최근 보말의 인기 때문에 보말 수급이 모자라 값이 엄청 비싸졌다고 한다.
제주도 특산물은 죄다 몸값이 금값이다.ㅜㅜ

내가 만든 보말 칼국수

제주도에 이사와 보말로 뭔가를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동문시장에 가서 보말을 사려고 몇번을 시도했지만 시판되는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주말 동문시장에 나온 보말을 보고 사다가 칼국수를 만들어 먹어 보았다.

냉동 보말이었지만, 흔하게 파는 걸 볼 수 없었던 지라 우선 사들고 왔다.

아저씨 말이 칼국수 만들 때 보말만 우선 한번 후라이팬에 볶아주라고 하셨다.

그때 아저씨가 손님이 많아 바쁘셔서 이유를 자세히 묻지 못했었는데, 이번 수업에서 선생님이 그 이유를 알려 주셨다.

냉동 보말을 그냥 녹여서 음식에 넣으면 흐물거려서 식감이 좋지가 않다고 한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거나 아버씨가 알려준 대로 후라이팬에 잠깐 볶아주면 흐물거리지 않고 식감이 살아난다고 한다.

우리에게 제주 음식을 가르쳐 주신 양용진 선생님은 아무리 봐도 제주 음식에 있어서는 대가(大家)임에 틀림없다.
마치 자판기처럼 누르면 답이 술술술 나온다.ㅋㅋ
그래서 난 수업시간 내내 그 자판기를 마구마구 눌러 궁금한 걸 다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가끔 언니들이 수업 시간 길어진다고 째려보지만..ㅜㅜ

보말 칼국수를 만드는 간단한 레시피를 소개해 보면.

일. 보말만 먼저 후라이팬에 볶아준다.


냉동 보말


후라이팬에 아무것도 두르지 않고 볶아준다.

양이 많아서 한번에 다 해먹을 수 없어서 반만 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칼국수에 보말이 엄청 많았다.

이. 칼국수 국물은 다시마와 멸치로 국물을 먼저 만들었다.
이때는 다시마와 멸치 육수를 내는 노하우가 없었다. 나중에 이 노하우를 포스팅할 것이다.
별거 아닌 듯하지만, 육수의 깊은 맛이 다르다. 기대기대~~

그리고 어느 정도 국물이 우러나오면 다시마와 멸치는 건져낸다.

거기에 감자를 썰어넣고, 표고버섯도 썰어 넣고, 냉장고에 있던 새우도 넣어 보았다.

그리고 후라이팬에 먼저 볶은 보말을 넣는다.

칼국수 면을 집에서 밀가루로 만들면 좋겠지만, 그건 손이 너무 많이 간다.

사실 우리집에는 칼국수를 밀 수 있는 커다란 도마와 홍두깨도 있는데, 이번엔 왠지 귀찮아서 그냥 마트에서 칼국수 생면을 사다가 끓여먹기로 했다.

생면은 다른 남비에 물을 끓여 한번 끓은 후, 칼국수 국물에 넣는다.
그냥 칼국수 국물에 면을 넣고 끓이면 너무 걸쭉해져서 좋지 않다.


완성한 보말 칼국수

삼. 간은 조선 간장 한수저와 약간의 소금으로 한다.

집에서 끓여 먹은 보말 칼국수지만 맛도 꽤 괜찮았다.

이런 걸 끓여 먹을 때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것이 실감이 난다.

보말도 괴기다.

이건 제주도의 속담이라고 하는데, 과거 먹을 게 귀했던 제주도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속담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말은 삶아서 속의 살을 빼 보면 알지만, 하루종일 한솥을 삶아서 까도 겨우 밥 한공기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작은 아이지만, 이런 보말을 먹으면서도 씹히는 그 맛 때문에 고기라고 생각했다니... 가난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속담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보말을 삶아서 이쑤시개 같은 걸로 살을 빙빙 돌려 빼 보면 끝에 초록색의 내장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내장이 간을 보호해주어 몸에는 좋다고 하지만, 가끔 으적거리며 씹힌다.
그래서 육지 사람들이 이런 고동 계열의 음식을 해 먹을 때 그 내장을 바락바락 씻어서 떼어내기도 한다는데, 제주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음식을 할 때 절대로 재료를 손질해 버리는 일이 없다.

그래서 바닷가 작은 식당에서 할머니들이 하는 음식점에서 보말 칼국수 같은 걸 먹으면 나중에 바닥에 남은 걸 떠 먹으면 으적으적 씹히는 경우가 있다.
나도 10년 전쯤 제주도 여행와서 이렇게 으적거리는 보말 칼국수를 한번 먹고 다시는 보말 칼국수를 안 먹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식자재 관리를 육지 관광객의 기호에 맞게 하다보니 으적거리는 보말 칼국수를 만나긴 어렵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