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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음식 스토리텔링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제주의 노포 순례기'를 보면서 하나하나 따라 다녀보고 있다.

몇 군데 특히 중국집은 대부분 맛이 성공적이었다.

이번에는 칠성로 길에 있는 오래된 가게를 찾아가 보았다.

그전에도 이쪽 구제주에 산책 나와서 몇번 본 적이 있는 집이다.

워낙 간판이 심플하고 크게 걸어놔서 잘 보였던 듯하다.

이 집 앞에 있는 에바다 식당도 국수가 저렴한 제주도의 노포(오래된 가게)라고 순례기에 써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보겠지만, 워낙 제주식 고기국수를 좋아하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왕김밥집은 겉에서 보면 가게가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니 그래도 테이블이 8개 정도는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갔을 때 손님이 꽉차 있어서 깜짝 놀랬다.

"아, 여기가 도민 맛집이 맞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근처에 옛날에 구제샵이나 서점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골목으로 분식집이 여러개 있었다는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가게가 바로 이집 '왕김밥'이라고 한다.

점심에는 단골 손님들로 꽉 찬다더니 정말로 꽉꽉 차 있었다.

아마도 과거 제주를 이끌어가던 젊은 사람들이 꾸준히 단골로 다니며 함께 나이들고 있는 것이겠지?


손님은 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었다.

이렇게 노인들이 많은 식당은 제주도에 와서 처음인 것 같다.

한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던 분들은 중국사람들이었다.



메뉴판을 보고 이런 가게의 분위기를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세월을 느끼게 하는 오래된 수저통이다.


우린 기본적으로 백반을 주문하기로 했다.

그래서 순두부 백반과 만두 백반을 주문했다.

특히 만두 백반이라는 이름에 기대가 컸다.



기본 반찬은 깔끔하게 나온다.



김밥이 먼저 나왔다.

가게 이름대로 왕김밥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리 크진 않았다.

아마도 옛날에는 이정도로 김밥을 말아주면 왕김밥이라고 말했을지 몰라도 요즘 크게 김밥을 말아주는 곳이 많아서 특별하게 '왕'김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순두부 백반.

시중에서 파는 순두부가 들어간 순두부 찌개이다.

남편이 먹었는데, 돼지 고기가 들어있는데 고기 냄새가 좀 난다고 했다.

전에 시골에 살 때도 그랬지만 나이드신 분들은 이런 고기냄새가 나는 고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제주도 사람들도 그렇다.ㅜㅜ

우린 고기냄새를 못 잡은 음식은 좀 싫어하는 편이다.



만두 백반.

그냥 만두국이었다.ㅜㅜ

뭔가 색다른 것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좀 아쉬웠다.



이 가게에 들어가면서 계속 생선구이 냄새가 솔솔 났었는데, 백반을 주문하면 한사람당 한마리의 생선을 구워준다.

아마도 조기 정도 될려나?

아무튼 섬나라 제주여서 그런지 생선구이는 참 맛있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오징어 젓갈도 먹을 만했다.

하지만 생선구이와 오징어 젓갈 외에는 그렇게 맛있는 집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테이블에서는 점심시간이었는데도 모두 반주도 막걸리나 소주, 맥주 등을 마시고 있었다.

다 먹고 나오면서 아주머니에게 이 가게가 생긴지 얼마나 되었는지 물었다.

"오래 됐어요, 아주 아주 오래 됐어요."라는 대답이 다였다.

얼마나 오래된 걸까?

아무튼 제주도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술과 밥을 즐기는 그런 집이었던 것 같다.

노인분들이 식사를 다 하고 나면 아주머니가 커피믹스를 타서 테이블에 서비스로 갖다주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도 오랫동안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장사를 잘하는 비결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계산하고 나왔는데, 카드 승인 영수증에 '1,5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가 먹은 게 15,000원어치였는데, 아주머니가 잘못 입력을 하신 것 같다.

'땡잡았다!'하고 그냥 갈 수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한곳을 지키며 저렴하게 제주도민을 위해 장사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그러면 안될 일이다.

다시 들어가서 제대로 결재를 하고 나오는데 뒤에서 들리는 아주머니의 "또 오세요~"하는 목소리가 오늘 들은 아주머니 목소리 중 가장 상냥하고 친절했다.ㅋ


요즘 경기가 안 좋다며 내가 다니는 갓식빵은 거의 장사가 안 되는데, 이렇게 맛이 특별히 좋지 않아도 낮부터 모든 테이블이 만석이 된 이 집은 뭘까?

아직도 우리는 제주도에 대해서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걸까?

아무튼 남편과 다음에 이집은 안올 거 같다는 말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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