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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토종콩의 활용에 대해 배웠다.

제주는 물론 육지의 농촌도 마찬가지지만, 콩농사는 농부에게 매우 중요한 농사이다.
콩을 활용해 된장도 만들고 두부도 만들고 콩국수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콩은 농부에게 소중한 땅의 기운을 회복 시켜주는 훌륭한 작물이다.
그래서 깨나 고추 등 다른 작물을 심었던 밭을 다음해에 콩을 심어 농사를 지으면 지력이 회복되어 그다음 해에 깨나 고추 농사가 아주 잘 된다.
이렇게 여러 작물을 돌려서 심는 것을 윤작이라고 하는데, 윤작을 하는 이유가 콩에 의해 지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콩은 우리 농사에서 빠질 수 없는 작물인 것이다.


제주의 토종콩은 육지의 콩과 그 크기부터가 다르다.
제주콩을 '좀콩'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말은 '준자리콩'이란 뜻이다.
'준자리콩'이란 '파치콩' 즉 덜 자라서 내다 팔지는 못하고 집에서나 해먹는 콩을 뜻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제주콩을 좀콩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제주콩은 파치가 난 것이 아니라 종자 자체가 그냥 작은 콩이다.
흔히 말해서 '콩나물콩'이라고 하는 것이 제주콩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전에 귀농생활을 할때 집에서 콩나물을 길러 먹었던 적이 있다.
그냥 된장 담을 때 쓰는 흰콩이나 서리태 같은 검은 콩으로도 콩나물을 길러 먹을 수도 있는데, 흰콩의 경우는 콩나물 대가리가 너무 커서 약간 거부감이 온다.
그리고 검은 콩은 콩나물 껍데기가 검게 남아 있어서 그걸 골라내고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상주재래시장을 뒤져 겨우 콩나물 콩을 구해 콩나물을 길러 먹어봤는데, 적당한 크기의 고소한 콩나물이 자라서 매우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게 제주산이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또다른 특이한 제주콩으로는 푸른콩이 있다.
난 아직 한번도 이 콩을 본 적은 없는데, 속까지 푸른색이 도는 콩으로 '독새기콩'이라고도 부른단다.
이 콩으로 제주의 전통 된장인 푸른콩 된장을 만든다고 한다.


제주 음식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인정하는 제주산 푸른콩 된장.

우리 수업 중에 이 푸른콩 된장을 먹어 봤는데, 그 맛에 완전 빠져 버렸다.
이 된장은 발효를 거의 하지 않아서 쌈장으로도 일품이라고 한다.
된장이야기는 다음에 제주 된장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해보도록 하겠다.

제주 콩요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된장을 담는데 주로 사용을 했다.
제주에는 모든 간을 된장으로 하기 때문에 된장은 아주 중요한 식재료이다.
메주를 오래 띄우지 않기 때문에 간장도 우리가 알고 있는 진한 간장이 나오지 않고 맑은 간장이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고춧가루가 귀해 과거 제주에는 고추장이라는 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오로지 모든 음식의 간을 담당하는 것은 된장이었다.

자리물회라고 제주도에 관광으로 오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물회가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고추장를 풀어서 자리돔을 숭덩숭덩 썰어넣어 뼈째 먹게 만든 얼큰한 자리물회를 먹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 사람들은 그건 절대로 자리물회가 아니라고 한다.
제주도식 자리물회는 그냥 시원한 물에 된장을 풀어넣고, 자리돔을 썰어넣어야 진짜 자리물회라고 한다.
고춧가루와 고추장이 없던 제주도 사람들이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아보려고 제주도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제주도 자리물회'를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된장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ㅋ

그리고 콩으로 해먹는 것이 두부이다.
제주에는 특이하게 두부에서 더 물을 빼내어 마른 두부로 먹었다고 한다.
두부가 잔치 음식이었는데, 잔치를 최소 3일씩 하던 풍습 때문에 두부가 쉬지 않게 하는 그들의 지혜였다고 한다.


특히 잔칫날(여기서 잔칫날이란 결혼식을 뜻한다.) 모든 손님에게 '고깃반'이라는 것을 주었는데, 이 고깃반에는 돔베고기와 차거운 순대 그리고 마른 두부를 놓고 잔치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한 접시씩 대접했다고 한다.
두당 무조건 일접시를 주어 평등의식이 담겨 있는 제주 음식이라고 한다.
만약 애기엄마가 애기를 등에 업고 잔치에 오면 애기엄마 몫과 애기 몫으로 고깃반을 두개 주었다고 한다.
바쁘거나 몸이 아파 잔치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정확히 두당 한 접시씩 도시락처럼 싸서 주었다고 하니 철저한 평등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란 고깃반에 올라가는 마른두부를 만드는 것이 콩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겨울이면 콩죽과 콩국을 해먹으며 몸을 따뜻하게 했고, 여름이면 콩국수와 콩잎쌈을 해먹으며 시원한 음식을 즐겼다고 한다.
특히 콩잎쌈 같은 경우에는 콩잎이 비릿한 맛이 나서 육지에서도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콩잎을 제주사람들은 더 비린 멜젓(멸치젓)과 같이 싸먹었다고 한다.
근데 이렇게 먹으면 비린 콩잎에 비린 멜젓을 먹으니 두배로 비릴 것 같은데, 의외로 비린맛이 안 난다고 한다.
난 먹어보진 않았지만, 제주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렇다고 한다.ㅋ
아직은 제주 음식의 배지근한 맛을 모르는 나는 의심스럽긴 하지만..ㅋ

제주 사람들이 자주 끓여 먹는다는 콩국은 만들기도 매우 어렵다.
콩국을 끓이는 내내 불 옆을 벗어나면 절대 안된다.
콩국이 끓어 넘치면 콩국은 정말 맛없는 음식이 된다고 한다.
게다가 콩국은 절대로 끓이는 과정에서 저어주면 안된다.
그러므로 콩국이 끓는 동안 옆에 앉아 있다가 콩국이 끓으면 배추나 무 등을 썰어서 들고 있다가 콩국이 끓는 지점에 하나하나 넣으며 끓어 넘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뭉근하게 오래 끓여야 한다.
그러니 콩국 끓이는 것이 쉬울 수 없다.

이런 콩국은 동네 잔치 때도 끓이는데 언제나 콩국 담당이 있어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주의 엄한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괴롭히고 싶을 때 콩국이나 끓이라고 시킨다고 한다.ㅋ
육지든 제주든 시어머니는 참 대단하다.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전통 음식과 문화 보전 프로젝트로 '맛의 방주'에 승선할 음식을 선정하고 있다.
1996년부터 맛의 방주에 선정된 음식은 전 세계에서 2,700여 개가 있는데, 그중 한국에서는 47개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맛의 방주에 승선한 품목이 '제주푸른콩된장'이라고 하니 제주 콩의 위용이 남다름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제주 음식이 맛의 방주에 가장 많이 승선해 있는데, 제주 흑우(검은소), 제주 강술(가루로 된 술), 제주 꿩엿(엿에 꿩고기를 넣은 것), 제주 쉰다리(쉰밥으로 만든 음료), 제주 재래돼지(흔히 말하는 흑돼지) 등이 더 있다고 한다.

아무튼 제주도에는 콩이 들어가는 요리가 많이 있는데, 대부분 흔해서 구하기 쉽고, 값싸게 먹고 양을 늘릴 수 있어서 콩을 요리에 많이 사용했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콩요리도 제주 사람들의 가난의 역사를 보여주는 요리일 수 있겠다.

나는 제주에 와서 콩국을 제일 처음 먹어본 곳은 '오롯'이라고 하는 음식점에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콩국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모르고 그냥 먹어서인지 그렇게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그때 난 그저 슴슴한 콩국물에 배추를 썰어 넣어 끓인 정도라고만 생각했었다.
제주에 와서 콩국이 어떤 것인지 먹어보고 싶으면 한번쯤 가봐도 괜찮은 곳이다. 단, 이곳의 콩국은 절대로 제주식은 아니다. 그냥 퓨전 콩국이다.

그리고 지난번 급식소 알바 때도 학교 급식으로 콩국이 나왔었다.

엄청 큰 솥에 끓이는 콩국이었는데, 조리사인 친구도 육지에서 이주해온 사람이라 자신 없다고 하며 콩국을 끓여냈다.

함께 일하는 급식소 언니들이 잘 끓였다고 하며 같이 점심을 먹을 때 각자 가지고 있는 콩국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일하다 끓여먹는 콩국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라는 제주 언니의 말에서 제주도 사람들에게 콩국이 차지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때 언니들이 가르쳐준 콩국 끓이는 요령은 절대로 젓지 않는 것이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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