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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한달간의 유럽여행에서 돌아오고 시차적응이 안 되어 잠을 설칠 때 읽은 책이다.
저녁에 언제 잠자리에 들어도 꼭 새벽 1, 2시면 잠에서 깬다. 정신도 말짱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요나스 요나손의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이다.
책 뒤에 쓰여진 “어느 멍청이가 실수로 만들어 낸 핵폭탄을 옆구리에 끼고 세상의 균형을 맞추려는 까막눈이 여자가 있다. 그녀의 기막힌 삶은 세계 평화를 향해 달린다!”라는 문구 때문에 사실 별로 끌리지 않는 책이었다.
그리고 소설책은 50페이지 정도까지 읽으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를 알 수 있다는 내 기준에 따라 처음 50페이지까지는 재밌든 재미없든 읽기로 했다.
허... 근데 거기까지 읽어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책에 관해 좀 찾아 봤다.
하나같이 숨막히게 재미있는 책이라고 써놓았다. 한번 들면 놓을 수 없는 긴박감이 있다고도 했다.
50페이지를 넘긴 나는 아직 숨도 안 막히고, 긴박감 보다는 뭔가를 복잡하게 늘어놓고만 있다는 인상 뿐이었다.
한 블로거의 평이 처음엔 힘들지만 나중엔 재밌다?였다.
계속 읽어보기로 했다.
맞네. 뒤로 갈수록 숨도 막히고, 긴박감도 있고, 더군다나 웃음이 날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놈베코는 글은 못 읽지만 셈은 아주 잘한다. 
분뇨처리장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한 남자에게서 다이아몬드를 얻고, 요하네스버그에 가서 술주정뱅이 엔지니어 밑에서 하녀로 일하며 지내다가 탈출하여 스웨덴으로 간다. 탈출 작전에서 착오가 생겨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핵무기를 소유하게 된다. 스웨덴에서 만난 홀예르 형제와 다혈질의 투사 셀레스티네와 함께 지낸다.
핵무기를 안전하게 스웨덴 정부에 인도하려는 20여년 간의 여정이 그려지고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놈베코가 특별히 평화주의자여서가 아니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어한 마음으로 살다보니 핵무기를 안전하게 처리하게 된 것이다.

소설이 처음에 복잡했던 것은 각 주인공들의 사연을 구성하다보니 그랬던 것이다.
흩어져 있던 이야기가 핵무기를 중심으로 만나면서 재미있게 전개되는 구성이었다.
낯선 스웨덴의 정치, 역사적 배경이지만 소설을 읽는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내내 인생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어떻게 겪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계속 안 좋은 일이 일어났으니 다음에도 좋지 않는 일이 일어날 거라며 낙담하기 보다는 맞설 마음가짐을 갖는다든지, 일이 잘 풀리니 희망을 가져 보자며 더 신중하게 행동한다든지...
어쩌면 세계평화를 지키는 내용이라기 보다, 우여곡절 많은 삶을 삶아가는데 얼마나 용기있게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소설이었다. 

요나스 요나손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책을 쓴 작가이다. 영화로 봤는데, 남편이 영화보다 책이 재밌다니 책으로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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