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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래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해야할 듯하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요리 수업 중, 이만큼 질적으로 좋은 수업이 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번엔 떡 수업을 했다. 그것도 제주도의 떡 수업을 듣게 되었다.
물론 떡이름이 어렵다는 건 함정이다.^^

떡 수업은 조수경 선생님이 진행하셨다.
조수경 선생님은 육지에서 제주도로 시집와 제주음식에 인연을 갖게 되신 분이시다.
집안이 모두 제주 음식과 관련된 사람으로 그 선생님의 시어머니 되시는 분이 '제주음식 명인'으로 유명하시다고 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난 아직 그런 것까지는 잘 모르고...ㅋ
그리고 그분의 남편은 우리에게 제주음식을 가르쳐주시는 양용진 선생님이시니...
제주음식에 대해서 그 집안은 내로라 하는 집안인 것이다.

오늘은 제주 떡에 대한 이론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

곡물음식의 조리형태는 죽에서 떡, 그리고 밥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매일 먹는 밥보다 떡이 선배 격이다.

떡은 만드는 과정에 따라 네가지로 구분한다. 증기로 찌는 떡, 떡메로 치는 떡, 기름에 지지는 떡, 물에 삶는 떡..

다른 지방과 제주의 떡은 완연히 차이가 있다. 우선 다른 지방에서는 주로 쌀로 떡을 해 먹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제주도에는 벼농사 지역이 거의 없어서 쌀이 귀했다. 그러니 쌀로 떡을 해먹기는 쉽지 않았다. 주로 잡곡으로 떡을 해 먹었기 때문에 제주도 떡에는 찰지게 떡메로 쳐서 만드는 떡이 없다고 한다.

제주에서 전해지는 떡의 종류는 40여 종이 있다.
그걸 하나하나 다 알아보자면 너무 학문적인 것 같고, 그중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 떡 몇가지만 오늘은 소개하기로 한다.

고달시리떡


이 떡의 이름을 육지말로 번역하자면, 닭벼슬 시루떡이다.ㅋ
고달이 '닭벼슬'을 의미하는 제주어이다. 흰쌀을 위에 얹은 것이 닭벼슬을 닮았다고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쌀이 귀한 제주도에서 좁쌀로 시루떡을 할 때 위에 쌀가루를 뿌려놓아, 얼핏 보면 쌀로 만든 시루떡처럼 보이게 한 것이라고 한다.
제삿상에 올리는 떡인데, 이렇게 해서 귀신에게 쌀떡을 한 것처럼 속였다고 한다.
가난했던 제주도 사람들의 귀여운 속심수이다.

월변


우리가 쉽게 이해하려면 '월병'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동그란 모양의 떡인데, 제주에 많은 메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떡이다.
이 떡은 메밀가루로 반죽을 하여 끓는 물에 삶아서 만드는 것으로 제주도에서 떡 만들 때 자주 하는 방식의 삶는 떡이다.
제삿상에 동그란 해를 상징하는 떡으로 놓인다고 한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솔벤


점점 떡이름이 외국어 같다. 마치 이탈리아어 같기도 하고...
솔벤은 떡을 찔 때 솔잎을 깔고 찌었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벤'은 '편'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우리가 아는 절편을 제주어로는 '절벤'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 떡은 귀한 쌀로 만든 떡이다.
이 떡은 제삿상에서 달을 상징한다고 한다.

기름떡


이 떡은 찹쌀가루로 만드는 것으로 기름에 지지는 떡이다.
커다란 콜라병 뚜껑 같은 모양틀로 찍어내서 테두리가 별모양을 닮았다.
우리가 수업시간이 이 떡을 배웠는데, 장난 아니게 맛있다.
간단히 생각하면 시장에서 파는 호떡같은 맛이 난다.
이 떡은 제삿상에서 별을 상징한다고 한다.

위의 세가지 떡은 해, 달, 별을 상징하는 제삿상 대표(?) 떡이라고 할 수 있겠다.(제주 떡을 일도 모르는 내 의견이다^^)

송펜


송펜은 육지어로 송편이다.
하지만 육지에서 만드는 송편과 모양이 다르다.
육지 송편은 반달 모양인데 반해 제주 송편은 보름달 모양이다. 그것도 약간 기운 보름달을 형상화 하기 위해 한쪽을 살짝 손으로 찝어서 모양을 낸다.
이런 걸 보면 제주 사람들은 삶이 가난하기는 했지만 멋도 아는 사람들 같다.
귀한 쌀로 송편의 피를 만들었기 때문에 옛부터 제주에서는 '송편은 피를 먹고, 만두는 소를 먹는다'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 온단다.
이래저래 쌀은 제주에서 대접받는 곡물이다.

개떡


말 그대로 개떡이다.^^
왜냐하면 제주도 사람들은 상여가 나갈 때 이 떡을 길에 버리면 혼백을 모셔가는 개가 이 떡을 먹는다고 했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니 말 그대로 개가 먹는 개떡이다. 물론 개가 안 먹고 사람이 먹는다^^
갑자기 사람이 죽어 급하게 떡을 하기 위해 메일가루나 밀가루로 떡을 해서 혼백상에 올렸다니 중요한 떡이다.

빙떡


빙떡은 제주도 전통 오일장에 가면 인기있는 메뉴이다.
제주시에 있는 전통 오일장에는 50년간 한자리에서 빙떡만 만들어 파신다는 제주 할망이 있다고 한다. 무척 유명하시다고...
빙떡은 메밀가루로 반죽을 하여 파르페처럼 철판에 얇게 반죽을 부치고, 삶은 무채를 싸서 먹는 것이다.
그 이름은 '떡병'자를 써서 빙떡이라는 유래도 있고, 빙빙 말아 먹는 떡이라고 해서 빙떡이라는 유래도 있다고 한다.
메밀에 있다는 독을 무가 완화시켜준다고 하니 옛날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깃든 떡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오메기떡


요즘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있는 떡이 바로 오메기떡이다.
오메기떡에도 유래가 있다.
우선 오메기는 검은좁쌀(우리가 흔히 밥에다 넣어 먹은 차조와는 다르다.)을 이르는 제주어이다. 하지만 오메기떡에는 이 좁쌀이 들어있지 않다. 좁쌀로 떡을 만들면 약간 흙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찹쌀가루에 쑥가루를 넣어 오메기의 맛을 조금 재현했다고 한다.
또다른 이야기는 오메기떡은 팥앙금을 잘 오므려 만드는 떡이라고 해서 오메기떡이라는 말도 있다.
무엇이 정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메기떡은 제주의 힛트 관광 상품임에는 분명하다.

제주의 떡은 제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요즘도 제주 며느리들은 제사 때가 되면 기름떡이며 빙떡을 전날 밤새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대가 좋아져서 왠만한 떡은 방앗간에서 기계로 거의 만들 수 있지만, 제주의 떡 중 몇몇은 아직도 기계로는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아마도 쌀로 떡을 하는 경우보다 잡곡으로 떡을 하는 경우가 많아 찰기가 없어서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다 보니 더 젊은 사람들은 점점 제사도 간소하게 하고 힘들게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떡은 살짝 생략해 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은 제주 떡을 누군가는 지켜야 할 것이다.

내가 배운 제주어 정리
고달 : 닭벼슬
오메기 : 좁쌀

오늘 떡사진은 전부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향토음식>이라는 책에서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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