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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오는 길고양이 미노는 분명히 할머니이다.

언제나 우리집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고 빨리 뛰지도 않고, 야옹거리며 먹을 걸 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하루종일 햇볕에 앉아서 조는 것이 일이다.

요즘 우리집에 데리고 자주 오는 길고양이 민수는 이제 우리를 보고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직 혈기왕성한 녀석이라서 언제나 먹을 걸 달라고 야옹거리고, 우리가 먹을 걸 주면 어디선가 마구 뛰어 온다.

그리고 먹을 걸 줄 때 외에는 우리 마당에 와서 잘 놀지도 않는다.

아마도 동네를 휘집고 다니며 노는 듯하다.

내가 먹을 것을 갖다주러 가면 미노는 의자에서 졸고 있고, 먹을 것을 주면 미노는 먹지도 않고 민수를 찾으러 다닌다.

미노가 불러서 한참 후에 온 민수는 미노가 쳐다보는 앞에서 맛있게 먹을 것을 먹는다.


그런데 며칠 전 우리집 앞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더 작은 고양이를 보았다.


아주 작은 고양이가 방충망으로 울타리를 해놓은 것 안에 있었다.

한참을 "이 녀석은 누구래?"하는 궁금증으로 서서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른 고양이가 한마리 더 왔다.

분명히 같은 배에서 난 형제 고양이 같았다.

생김새가 비슷하고 비슷하게 귀여웠다.

게스트하우스 아저씨가 있으면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볼텐데, 아저씨는 안 계시고 나 혼자 상상을 했다.

아마도 이 녀석들은 미노의 피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우리 동네 고양이는 무조건 이렇게 바둑이 모양의 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얼굴을 봐도 우리집에 오는 미노나 민수랑 비슷하게 생겼다.

옆집아주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우리동네에는 미노가 다른 고양이는 얼씬도 못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니 이 녀석들은 미노의 후손일 것이다.

그런데, 게스트하우스 아저씨가 고양이들이 너무 귀여우니까 데려다 기르려고 이렇게 방충망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갇어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라는 것들이 어디 갇혀 있는 습성의 동물이 아니다.

그래서 한마리는 방충망을 넘어서 도망을 친 것이다.

그렇다고 형제를 두고 멀리 혼자 갈 수는 없으니 이렇게 방충망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안절부절하는 것이 분명하다.

근데 왜 미노는 자기의 자식들을 구해주지 않는 걸까?

아, 어쩌면 미노의 새끼가 아니고 민수의 새끼일 수도 있겠다.

민수가 아직 어려서 새끼를 돌볼 줄 모르니 자기 엄마인 미노만 따라다닐 줄 알지 새끼들을 구해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테다.

하지만 며칠 후에 민수의 새끼는 아닌 것이 밝혀졌다.

남편이 민수가 미노의 젖을 먹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몸집은 컸지만 아직 애기인가 보다. 민수는.

그러면 이놈들이 미노의 새끼란 말인가?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워서 나의 궁금증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너희들 혹시 길고양이 미노의 새끼니?

물어도 대답없는 새끼 고양이들에게 하염없이 묻는다.

아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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