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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빵학원에서 빵 배우기를 마치고, 같은 학원에서 제과 첫 수업을 시작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첫 인사를 나누고 서먹서먹해 하는 첫 수업이었다.

우리 조는 나와 정년퇴임하셨다는 이황철아저씨, 그리고 엄청 예쁘게 생겨 마치 인형같은 세인이라는 아가씨가 한조가 되었다.
다행히 제빵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계속 수업을 하시는 거라 나는 좀 편하긴 했지만, 이 선생님도 며칠만 가르치고 그만두신다고 해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우리 제빵 선생님은 세상에서 제일 제과제빵을 잘 가르치는 강사님이시다.ㅋㅋ

아무튼 본격적으로 제과를 만드는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만들 품목은 '마들렌'이다.
제과 품목 중 가장 쉬운 것이라고 하는데, 첫 수업이라 그런지 과정이 너무 복잡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일. 재료 계량

재료 계량은 돌아가면서 하기로 해서 오늘은 아저씨가 하기로 했다.
일년 전에 제빵 수업을 받으셨다고는 하는데, 우리 교실이 낯설기도 하고 그전에는 일찍 오는 사람이 계량을 했어서 아무래도 많이 해보지 않은 듯하다.

아무튼 조금 당황하셨지만 깔끔하게 계량해 내셨다.


제빵 때와는 재료가 다르다.
밀가루도 빵만들 때는 주로 강력분을 썼는데, 제과에서는 박력분을 쓰고, 계란과 설탕의 양이 엄청 많아졌다.

재료준비가 끝났으니 강사님이 과정을 전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
원래는 제과 만드는 전 과정을 시범으로 보여주시는데, 이번에는 중간에 강사가 바뀔 거라 시범은 빼고 수업을 진행하신단다.
기본적으로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는 하는데, 이상하게 제주도의 제빵 강사들은 시범을 안 보여준다고 한다.
우리 강사님만 육지 스타일로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괜히 후임으로 오시는 강사님한테 수강생들이 클레임이 들어갈까봐 그냥 시범을 안 보여주시기로 하셨단다.
왠지 우리가 손해보는 느낌이 엄청 들었다.
아니 왜! 우리 강사님은 이 타이밍에 학원을 그만 두시기로 한 건지...ㅜㅜ

아무튼 모든 과정을 시범 없이 말로 설명을 듣다보니 만만치 않다.
근데 이 마들렌이 제과 품목 중 제일 쉽다고? 어째 제과 기능사 시험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으와 복잡해~

제과는 거의 두시간 안에 복잡한 과정을 수행해야 하므로 준비과정, 작업과정, 청소과정이 짜임새 있게 돌아가야 한다.
기능사 시험에서는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점수이기 때문이다.

이. 사전 준비 과정

이때 오븐 온도를 각 품목에 맞게 온도를 맞춰 두어야 한다.
빵 만들 때와 달리 오븐 온도가 제품에 예민하게 작용을 한다.

오늘 사전 준비과정으로 할 것은.

  • 가루 재료를 체쳐 놓는다.
    가루 재료란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가 속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설탕과 소금은 가루 재료가 아님을 유념하자.

  • 버터는 중탕해 녹여놓는다.
    가스렌지에 물 조금만 해서 끓여 버터가 있는 그릇을 중탕으로 해서 버터를 녹인다.
    30도에서 40도쯤에서 버터는 녹는데, 더 온도가 올라가지 않게 녹자마자 꺼낸다.

  • 레몬은 잘 씻어서 강판에 흰껍질이 들어가지 않게 살짝 갈아둔다.
    시험장에서 말린 레몬껍질을 주면 꼭 계량을 해서 넣어야 한다.

이렇게 세가지를 사전 준비해 둔다.


현재 가스렌지 위에서는 버터가 중탕되고 있고, 체친가루는 볼에 넣어두고, 레몬은 강판에 갈고 있다.
사전에 준비할 것들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빵 만들 때는 재료 계량해서 그냥 반죽기에 넣고 반죽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제과는 각각의 재료에 손이 많이 간다.

삼. 반죽만들기

이 반죽은 1단계 변형 반죽법이다.
모든 제과는 이 반죽법을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각각의 제과가 만드는 과정이 다 다른데, 그걸 다 외울 수는 없고, 이렇게 반죽법을 보고 그 과정을 밟아나가면 된다.
각 제품의 반죽법은 시험 때 문제지에 제시되어 있다.

마들렌의 반죽법은 반죽형 반죽 중 1단계법을 이용한다.
1단계법이란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반죽하는 방법이다.
큰 볼에 체친 가루 넣고, 설탕과 소금을 넣어 먼저 거품기로 슬슬 저으며 섞어준다.


가루재료와 소금 설탕이 섞이도록 잘 저어준다.

어느 정도 고르게 섞이면 계란을 넣고 다시 저어준다.
계란 노른자를 터트리면서 잘 섞어준다.
계란이 들어갔으므로 노란 묽은 반죽이 된다.
여기에 녹인 버터를 넣고 저어주다가 레몬껍데기도 넣어준다.
가루재료 ➡️ 설탕, 소금 ➡️ 계란 ➡️ 버터 ➡️ 레몬껍질 순이다.
하지만 혹시 이 순서가 헷갈리더라도 이 반죽법은 한꺼번에 넣는 1단계법 반죽이기 때문에 그냥 모두 넣고 섞어도 반죽이 잘못되지는 않는다.
다만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것을 넣는 순서도 채점이 될테니 외워두는 게 좋을 듯하다.

잘 저어 뭉근하게 섞이면 고무주걱으로 깔끔히 마무리해주고 종이를 덮어서 실온에서 30분간 휴지를 시켜준다.
이때 반죽온도는 24도에 맞춰준다.


휴지가 끝나면 요런 상태의 반죽이 된다.
반죽이 떨어지는 상태를 보고 그 농도를 기억해 두어야 한다.

사. 철판 준비하기

휴지를 하는 동안 마들렌을 구울 철판을 준비한다.
마들렌은 마들렌 전용팬이 있다.
쇼트닝을 조금 그릇에 덜어 오븐에 살짝 넣어 녹여준다.
녹인 쇼트닝을 붕어빵 구울 때 틀에 기름칠 하듯이 재빠르게 꼼꼼히 칠해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마들렌을 구운 후에 팬에서 잘 떨어지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것을 이형제라고 한다.


조개 모양의 마들렌 전용 틀에 녹인 쇼트닝을 붓을 이용해 발라준다.
마들렌 전용팬의 필수 조건은 주름이라고 한다.
주름이 잡혀 있어야 마들렌의 모양이 제대로 나온다고 한다.


박력분을 체로 쳐서 철판에 뿌려준다.

박력분을 뿌려주는 이유는 철판에 바른 쇼트닝이 마들렌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쇼트닝을 바르고 박력분을 뿌린 후에 노루지(흰 종이)를 대고 철판을 뒤집어 테이블에 대고 힘차게 쳐준다. 두손으로 판을 잡고 앞쪽을 땅!
그러면 뭉친 밀가루 등이 떨어져 고르게 바른 밀가루만 남게 된다.


고르게 밀가루가 도포되어 있다.

오. 반죽 짜주기

반죽이 휴지되는 30분 동안 설거지 하면서 기다리면 버터가 다시 약간 응고 되면서 반죽이 걸쭉해진다.

자, 이제 짤주머니에 넣어보자.


짤주머니를 이렇게 손에 쥐고 반죽을 넣으면 된다.
이때 손을 깊이 넣을 수 있게 해서 잡아야 내손에서 짤주머니가 떨어지지 않는다.


손에 잡고 하는 것이 어려우면 계량컵을 이용하면 훨씬 쉽다.

이때 강사님 팁!! 짤주머니 앞에 지름 1cm짜리 깍지를 끼고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깍지가 없는 게 훨씬 쉽다고 하신다.
우린 그래서 깍지 없이 하기로.ㅋ


짤 때는 둥근 모양 쪽부터 짜넣으며 뒤로 가서 짤주머니 입구를 막아 스톱!!
반죽은 틀에 70에서 80프로 짜 넣는다.
이게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많이 짜지고, 적게 짜지고, 옆에 흘리고, 손에 묻고...ㅋ

이렇게 두판에 짜 넣는다.
시험장 오븐은 철판 두개만 들어가는데, 반죽을 두판에 짜넣고 나면 조금 남는다.
반죽이 남았다고 한판 더 짜넣으면 시험 시간이 모자랄 수 있으므로 남은 반죽은 감독관 몰래 잘 버리란다.ㅋ
친절하신 강사님 버리는 요령도 알려주셨다.ㅋ

시험 요구사항 중에 “반죽은 전량 사용하시오”가 있으므로 사실 남은 반죽은 세번째 철판에 짜 넣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철판 세팅 또 해야지, 오븐에 한번 더 구워야지...
시간 안에 제출하는 것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시간 안에 제출 못하면 무조건 탈락이므로 요령을 부려야 한다.

그렇다고 조금씩 더 넣지 하고 오바해서 넣으면 마들렌의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
아무튼 남은 반죽 버리는 요령은 짤주머니를 반죽이 들어있는 채로 평평히 만들어 설거지 할 그릇들에 포개서 슬쩍 설거지 하면서 씻어 버리는 것이란다.ㅋㅋㅋㅋㅋ 너무 웃긴다.

육. 굽기

어쨌든 두판을 완성한 후, 윗불 190도에 아랫불 140에 맞춰진 오븐에 15분 정도 굽는다.
물론 이때도 중간에 위치 바꾸기는 꼭 해준다.
굽는 동안 과자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구경해보니 가운데가 배꼽처럼 올라온다.
반죽을 많이 짜 넣은 건 배꼽이 더 높이 올라온다. 안 예쁘다.
그러니 너무 많이 짜넣지 않게 하자.

드디어 예쁜 조개 모양의 마들렌이 다 구워졌다.


우와~~~~

철판에서 마들렌을 떼는 요령은 철판을 꺼내고, 그 위에 노루지 깔고, 그 위에 냉각팬을 업고, 전체를 뒤집어 꽝!하고 내려친다.
그러면 이렇게 철판 모양대로 예쁘게 떨어진다. 대박~~


반죽을 좀 많이 부어 옆에 날개가 좀 생겼다.
먹을 땐 요 부분이 맛있지만, 시험 평가에서는 좋지 않다고 한다.


와~ 이번 수업엔 이런 센스쟁이도 있다.
마들렌 만든다고 비닐 포장지도 가지고 왔다. 헐~


나도 집에 와서 도자기 만드는 영희언니가 주신 예쁜 그릇에 놓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거봐~ 언니~ 내가 예쁜 그릇 하나 팔랬잖아요.
마들렌 세 개에 언니 그릇은 코빼기도 안 보여 ㅠㅠ

확실히 난 제빵보다 제과가 재밌다.
원래 과자를 좋아해서 만들어서 나눠 가지고 온 마들렌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첫수업이라 분위기도 서먹거리고, 수업은 제빵 때와는 달리 엄청 복잡하고, 강사님도 곧 바뀐다고 하고...
뭔가 싱숭생숭하지만, 그래도 재밌는 제과 수업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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