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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소 알바를 한동안 꽤 오래 하게 되었다.
며칠 결원이 생길 때 하는 건 알바지만, 한달 이상 충원하는 것은 알바가 아니라 계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알바가 맘 편하고 좋긴 하지만 학교 행정이 그러하다니 어쩔 수 없다.
처음엔 알바 때보다 두시간 늘어난 근무시간 때문에 그냥 안 하려고 했는데, 급식소 언니들이 하던 사람이 하는 게 좋다고 자꾸 나보고 나와달라고 부탁을 해서 그러마 하고 했다.

그런데 계약직으로 근무를 하려면 ‘채용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단다.
엥? 요즘은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채용도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 이사와서 그냥 보건소에 혈압약 받으러 가는 게 다였는데, 채용건강검진은 ‘한마음 병원’이라고 제주도에 있는 종합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으.. 병원 다니는 거 무지 싫어라 하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종합병원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간호사들이 아주 심하게 제주도 사투리를 쓰고 있어서 좀 신기했다.
채용 건강검진은 별건 아니었다.
키 재고, 몸무게 재고, 청력 검사하고 시력 검사하고, 가슴 엑스레이 찍고, 피검사 하고, 소변검사하고, 혈압 재고.
그게 다 인데, 난 원래 혈압이 높아서 혈압에서 딱 걸렸다.
혈압이 너무 높게 나와도 채용 검진에서 ‘불합격’이란다.ㅠㅠ
여러번 재 보았지만 전날 잠도 잘 못 자고, 당일 검진 때문에 먹던 혈압약도 안 먹고...
어쩔 수 없이 월요일 결과지 가지러 올때 다시 재잖다.
요즘 알바다니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내 생각에도 혈압이 좀 오른 거 같긴 한데...
난, 그래서 건강검진이 싫다.
뭐 사람이 태어나 살다가 때 되면 죽는 건데, 건강 검진은 왠지 사람을 건강 염려증 환자를 만드는 것도 같고, 좀 아파도 그럭저럭 살 수 있는 걸 뭔가 검진 결과가 나오면 그때부터 우울해지는 게 건강검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병원에서 그러는 바람에 주말 내내 기분만 안 좋았다.

오늘 결과지를 받으러 갈 건데, 불합격 나와서 채용 안 되면 그냥 알바로 며칠 다니다가 말지 뭐... 하고 마음 정리했다.
괜히 스트레스 받는 것도 싫고, 겨우 두시간이지만 시간 늘어난 것도 싫고, 수당으로 좀더 임금은 준다지만 그 수당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일하게 하는 미끼같은 거란 생각을 가진 나에게는 그닥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다.
단지, 몇주 같이 일한 언니들이 내가 오는 게 편하다고 하시니 그러기로 한 것이다.
확실한 이유가 있으면 언니들도 나한테 자꾸 부탁하지 않을테고...
아무튼 9월에 한 알바비 받아서 그렇게 갖고 싶었던 액정테블릿을 사게 된 게 좋을 뿐이다.
아마도 ‘와콤 신티크 13HD’를 사게 될 것 같다 ㅋㅋㅋ
너무 신난다.^^
혹시 계약직 일 안하게 되면 유투브 보면서 일러스트랑 포토샵 그리고 테블릿 사용법 등 배울 게 너무 많다.
이런 저런 거 배울 생각하니 들뜨고 신난다.

하지만, 오늘은 그놈의 ‘채용건강검진’ 때문에 기분이 상쾌하진 않다.
게다가 중간에 한시간 쉬는 시간이 있는데,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지만, 쉬고 한시간 더 일하고 가는 내게는 좀 아까운 한시간이다.
내일부터는 책이라도 가지고 와서 읽던지 해야겠다.


오늘도 제주여고 가는 길에 걸려있는 예쁜 쓰레기 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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