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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우리가 아이가 없어서 요즘 아이들이 학교 급식소에서 급식을 하는 것이 전혀 어떤 건지 모르고 살았다.

이번에 제주여고에서 알바를 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제주여고 급식소는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학생들에게 먹일 급식의 재료를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급식소에서 전처리 작업을 할 때 보면, 야채와 육류를 다루게 된다.

육류는 내가 잘 모르지만, 제주도 이사와서 안 것 중에서 제주도의 육류는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사람들이 주로 소고기를 많이 먹지 않지만, 돼지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생선 종류를 많이 먹는다.

그리고 전에 어떤 제주도 사람에게 듣기를 섬에 산다고 제주도 사람들이 생선을 제일 좋아하고 많이 먹을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제주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는 돼지고기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무튼 급식소에서도 주로 육류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쓴다.

그리고 그 품질도 아주 괜찮다.

고기를 잘 먹지 않는 나도 점심에 급식소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주 맛있게 잘 먹는다.


또한 더 놀라운 것은 야채를 친환경 재료로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과일도 좀 못생기고, 피망이나 미나리 같은 신선한 야채에 벌레먹은 흔적도 많다.

내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봐서 안다.

우리가 시골에 있을 때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언제나 노력을 해서 친환경 농산물의 상태를 잘 안다.

그래서 전처리를 할 때 손이 더 많이 가고, 과하게 크거나 약을 쳐서 벌레 하나 없고 상처 하나 없는 것이 아니라 언뜻 보기에는 좋아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먹는 음식재료에 농약 엄청나게 쓰는 것보다는 너무 좋은 식재료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 그런 정책을 쓰는지 몰라도 제주여고 급식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조리과정에서도 과하게 간을 하거나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고, 몸에 좋은 조리 과정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알 수 있다.


아무리 집밥이 제일 좋은 것이라고 하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싸준 도시락과 비교하면 지금 아이들이 먹는 급식소 식단은 영양과 건강을 생각한 좋은 식단이란 생각이 언제나 든다.

세상이 좋아진 건지, 제주여고가 좋은 건지...ㅋㅋ


아무튼 좋은 취지로 운영되고 있는 급식소에서 하는 알바라 힘들지만 일하는 것도 재미있다.


급식소에서 일하는 다른 언니들도 너무 좋다.

특히 내가 그 언니들이 좋은 이유는 제주도 토박이 주부들이라서 이것저것 배울 것이 많다.

지난 번 고용센터에서 배운 '제주음식 스토리텔링 전문가 과정' 수업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언니들에게 실질적인 제주 음식에 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추석을 맞이해서 제주 주부들의 명절나기에 대해서 조금 더 배웠다.

명절 당일이 아니라 전날이면 대부분의 주부들은 명절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서 많은 일을 한다.

육지에서는 그냥 명절 전날이라고 무의미하게 부르는 그날을 제주에서는 '떡하는 날'이라고 부른단다.

제주음식 배울 때도 느꼈지만, 제주도 주부들은 많은 제사를 치뤄야 하고 그러면서 많은 떡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보니 명절 전날은 가장 중요한 떡을 하는 날이라고 해서 다양한 떡을 한다고 한다.

뭐 요즘에는 그냥 떡집에서 산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내가 배운 빙떡, 지름떡, 송편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제사상에 올리는 것 중에서 제주도 사람들은 '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거 같다.

'적'이란 산적처럼 꼬지를 꽂아서 만드는 것인데, 아홉가지를 한다는 언니, 열여덟 가지를 한다는 언니 등 다양한 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은 다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참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특히 '적' 대신 '전'으로 했다는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제주식이 아니라며 나무라는 것도 들었다.ㅋ

주부들에게 '적'은 아주 중요한 요리인 것이다.

그래서 떡하는 날 고기집에 가서 '적할용'으로 고기도 사온다고 한다.

내가 그걸 잘 못알아 듣고 "제주도는 육고기로도 젓갈을 만들어요?"하고 물었다가 웃음거리가 된 건 안 비밀.

난 '젓갈용'이라고 들었는데, '적을 할 용도'의 고기를 '적할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것도 재미있는 제주어인 듯하다.ㅋ


마지막으로 제주여고 아이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

나는 국 당번이라 국만 항상 떠 주는데, 언제나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명랑하게 인사를 하는 학생들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너무나 명랑 쾌활하게 인사를 하길래, 한동안 난 그 아이들이 중학생인 줄 알고 있었을 정도이다.ㅋ


그리고 학교 생활에서 재미있는 것 하나 더.

요즘 학교에서는 교문에서 선도를 서는 아이들이 옆에 큰 엠프를 가져다 놓고 아이돌 노래를 들으면서 선도를 서고 있다.

옛날 우리 학교 다닐 때는 두발 검사나 용모 검사 지각 단속 등을 하느라 매의 눈을 한 무서운 선도들만 봐왔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선도를 서면서 음악도 듣고 특별히 단속을 한다기 보다는 등교 인사를 나누는 정도로 서 있다는 걸 알았다.

학교를 등교하는 아주 멋진 모습이었다.


평생을 제주에서 살아보지 않은 내가 제주에 한걸은 더 들어가 제주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된 알바라, 하루하루가 재밌고 소중하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 여고가는 길에 있는 정비소의 쓰레기 봉지가 바뀌었다.

더 예쁜 걸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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