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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의 꿀알바.

제빵학원을 다닐 때, 알게 된 정아씨는 제주여고 급식소에서 부조리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급하게 결원이 생겼으니 나보고 와서 알바를 해줄 수 있냐고 했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어쩔지 모르겠다고 하니, 쉬운 일이니까 시간 되면 용돈 벌이한다는 생각하고 잠깐 왔다가란다.

그러면서 집앞까지 나를 데리러 왔다.


급식소 직원으로 일하면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지만 알바가 할 일은 그리 중요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러 오기 전에 급식소에 있는 70개 정도 되는 커다란 식탁을 닦고, 아이들이 급식을 받을 수 있는 식판을 입구에 옮겨놓고, 배식이 시작되면 배식 중 가장 쉽다는 국을 떠주고, 나중에 아이들이 다 먹고 가면 식탁을 다시 한번 닦고, 이걸 3학년이 올때 한번, 1, 2학년이 올때 한번 하면 된다. 그리고 모든 급식 시간이 끝나면 바닥청소를 모두 같이 한다.


그러니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5시간 일하고 일당으로 71,200원을 받는다.


꽤 괜찮은 알바라 그러고도 결원이 있을 때마다 가끔 가서 일을 도왔었다.


그런데 이번달에 급식소 언니 중에서 채칼에 손이 비어서 3주를 못나오게 된 언니가 생겼다.

그래서 3주를 계속 알바를 나갔었다.

이렇게 연속으로 알바를 하게 되면 일주일에 5일을 일하지만, 주 수당이 나와 하루치의 알바비를 더 준다.

완전 좋다.ㅋ


그렇게 나의 9월 꿀알바는 끝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직원 중 한명이 다른 학교로 정규직으로 취업이 되어 갑자기 또 결원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수능이 있는 11월 15일까지 다시 일손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이번에는 알바가 아니라 한달 반 동안 정식 계약을 하고 단기 계약직으로 일을 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시간은 2시간이 더 늘지만, 출근 수당이나 위험 수당이 붙어서 좀더 보수가 올라간다고 한다.

돈을 좀더 준다고 하니 좋기는 한데, 워낙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을 해보지 않는 나는 '좀 생각해 볼께요.'라고 했다.

갑자기 어딘가에 메이는 것도 같고, 갑자기 늘어난 시간에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이도 있어서 몸 쓰는 일을 하니까 관절에도 무리가 좀 생기는 거 같아서 주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오늘 일하는 내내 언니들이 한명씩 나한테 와서 "생각해 보고 할 게 뭐 있나? 이것도 다 경력이 되니 그냥 하게."라며 제주 사투리로 한마디씩 한다.ㅋ

아마 내가 급식소 다니면서 제주도 사투리를 가장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이래저래 언니들은 그래도 내가 꽤 자주 알바를 왔었어서 내가 와서 일을 하길 바라시는 거 같다.


나중에는 영양사님이 잠시 보자고 영양사실에 오라고 해서 가보니 본격적으로 설득...

나중에는 행정실에 담당 선생님까지 전화를 하셔서 설득...

뭐, 크게 걸리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니, 이렇게 여러 사람이 설득을 하니 더이상 시간을 끄는 것도 아니다 싶어서 그냥 하기로 했다.


급식소에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내가 일하는 것을 원해주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1월 15일이면 과히 추울 때까지도 아니고, 앞으로는 학교에 학생 수도 줄어서 알바를 하는 것도 언제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고...

그러니 알바 일 있을 때 해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이번에는 알바가 아니라 단기 계약직으로 급식소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내일 '채용건강검진'이라는 것을 받아서 서류를 제출하는 것만 하면 된다니...

그러지 뭐...


게다가 이번에 알바해서 알바비로 액정 태블릿을 하난 장만할 생각이니, 여기서 알바를 끝내면 액정 태블릿 하나 사면 알바비가 동이 나니, 좀더 벌어둬도 좋을 듯하다.ㅋ


그래서 제주도에서의 꿀알바는 11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제주 여고를 가기 위해서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걸어가다 보면 자동차 정비소같은 곳이 하나 있는데, 여기에 주인장이 참 재미있는 사람 같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가게쪽이 아니라 길쪽으로 쓰레기 봉지를 언제나 매달아 놓는데, 이 봉지에 언제나 이렇게 그림을 그려놓는다.


추석 전에 노란 보름달을 그려놓은 쓰레기 봉지이다.ㅋ


화단도 예쁘게 꾸며놓아서 언제나 눈이 가는 그런 집이었는데, 이 쓰레기 봉지는 아이디어도 좋고, 취지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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