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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린 고민이 생겼다.

아주 심각한 고민이다.

우리의 고민은 이런 것이었다.

꽃보다 할배 때문에 유럽여행이 가고 싶어졌다.ㅜㅜ

돈이 얼마나 들려나?ㅜㅜ

평생 처음 가져 보는 큰 꿈이었다.

우선 질러나 보자고, 비행기 표부터 예매했다.

그리고 방 벽에 붙여놓고, 힘든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겨울에 유럽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겨울에 갈 유럽여행을 위해 여름부터 비행기표 사놓고 기다리는 이모와 이모부를 위해 만화가가 꿈인 조카가 우리 둘의 캐릭터도 그려주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ㅋ


그 해에는 사과농사도 풍년이어서 사과를 엄청나게 수확을 했다.

수확시기에는 어느 농가든지 사과를 수확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물량이 공판장에 나온다.

우리는 여행 다녀와서 사과를 내다 팔 생각을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꼼꼼이 저장하고 여행을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우리가 직접 만든 하우스에 보온재를 덮어 어느 정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게 하고, 사과를 500상자 넣어 두었다.

사과 상자를 쌓고도 보온재를 덮고 비닐을 덮어 두었다.



우리 집에 있는 저온 저장고에도 사과를 300상자 넣어 두었다.


이렇게 해 두고 굳이 문을 잠그고 갈 필요도 없다.

그냥 아랫집에 반장 아주머니가 살고 있으므로 우리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가끔 쳐다봐달라고 부탁하고, 마을에 항상 왔다갔다 하시는 동네 아저씨에게 가끔 지나가다가 집에 뭔일 있는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아저씨가 뭔일 있으면 전화해 주신다는 걸

전화하셔도 금방 올 수 있는 건 아니니 별일 아니면 전화 안하셔도 돼요.

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없는 동안에 우편물이 오면 한데서 눈맞고 바람에 날리고 그럴 거 같아서 커다란 우편함이 필요했다.

우리집 마당에 안 쓰는 세탁기가 있어서 그것으로 우편함을 만들었다.



이렇게 크게 '우체통'이라고도 써 놓았다.

세상에서 제일 비싸고 큰 우체통이다.

남편이 이걸 보고

우체통은 보내는 편지 넣는 통 아니야?

헉! 그러네. 우편함이라고 써야 하는데...ㅋ


어쨌든 이렇게 해 놓고 매일 오시는 우체부 아저씨께 웃기지만 여기에 편지를 넣어달라고 했더니, 시골에서는 이정도는 흔한 일이라고 하신다.

어떤 집은 신발장이 우편함이고, 어떤 집은 냉장고, 어떤 집은 밥통을 내놓은 집도 있다고 하신다.

그러니 세탁기 우체통이 이상할 이유는 하나도 없단다.ㅋ



이렇게 집안 단속을 해두고, 한국에는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어느날 우리는 택시를 불러 여행가방을 싣고 공항으로 갔다.

아니지...

택시타고, 시외버스 타고, 다시 지하철 타고 인천공항 근처까지 5시간이나 걸려서 갔다.

우선 인천 공항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 묵고 내일 비행기를 타야한다.


시골에 살면서 유럽 여행하기는,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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