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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두번째 실기 시험 전날 컴퓨터 시험을 보고 집에 와서 유투브로 까다로운 제품 위주로 시청하고, 내가 정리해둔 블로그와 노트로 다시 암기해둬야 할 것들을 체크했다.


12시쯤 한라대학교에 갔더니 오전에 제과 시험을 본 동기들이 그때서야 시험을 마치고 나왔다.


처음 만난 경화씨는 울상이었다.

"설마 이건 안 나오겠지 했던 밤과자 나왔어요." 

밤과자가 제과 품목 중 제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운 거란다.

잠시 후 나온 정아씨는 날 보자마자

"언니, 난 이쪽에 소질이 없나봐. 이제 시험 다시 안봐."하며 투덜댔다.

그리고 한참 후에 나온 가현씨는 이런... 넋이 반은 나가서 홀린 듯 걸어나오고 있었따.

"첫 시험에 밤과자라니... 저 완전 멘붕이에요."


분위기가 이러니 이래저래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지만 마음이 허탈하다.

다들 너무나 열심히 했는데....

그래도 결과는 나와봐야 하니 힘내자며 그들은 집으로 갔다.


오전 제과 시험 때도 전체 인원 6명인데 4명이 우리학원생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후 제빵 시험은 더하다.

4명이 시험 보는데 4명 다 우리 학원생이다.ㅋ

다른 학원생들은 시험 왜 안보지? 학생들도 없고? 희안하네...

어쨌든 수업시간이 달라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우리 학원생이라니 친근한 마음이 들어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공단에서 나오신 감독고나도 이제 두번째 보는 거라 친근하다.

오늘 시험 보는 사람들이 모두 재수생들이라는 것도 왠지 위안이 되고.ㅋ


4명이 단촐하게 시험을 보니 특히 말이 많은 발효기 쟁탈전도 안해도 된다.


드디어 입실. 

두둥!!!

"오늘의 시험 과목은 브리오슈입니다."라는 감독관의 말에 약간 환호가 나왔다.

분할량이 많지만 성형만 잘 하면 크게 어렵지 않은 제품이다.

게다가 어제 유투브 보고 정리한 제품이기도 하다.

배우는 내내도 결정 못했던 '겸손한 브리오슈' 안 만드는 법에 대해서도 어제 결심이 섰던 터였다.

브리오슈 성형 중 모양은 약간 예쁘지 않더라도 머리를 넣고 아래를 꼬집어 완전 부착하고 틀에 넣는 방법을 하기로 했다.

틀에 넣고 머리를 넣으면 모양은 안정적으로 예쁘지만 2차 발효와 굽기 과정에 머리가 숙여져 오뚜기가 아니라 오리 모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방법도 2차발효되고 구워지는 과정에서 빵의 속성상 부풀기 때문에 그닥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런 확신이 있는 상황에서 시험 제품이 브리오슈라니 어렵단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러고 나니 많이 떨리지도 않는다.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뭐든 척척 된다.


재료 계량도 제일 먼저 하고 검사 받았다.

"네, 계량 다 맞으셨습니다."라는 감독관의 말이 힘이 됐다.


반죽.

여기에 난관이 하나 있다.

한라대에서 시험 볼 때 다들 겪는 어려움이다.

반죽기를 3단으로 못 돌리게 한다.

이건 언제고 항의가 들어가 시정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다들 3단으로 돌리라고 배우고 왔는데, 시험장을 대여해준다고 기계 조작에 관여를 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몇몇 반죽은 3단을 돌리지 않으면 반죽에 글루텐을 잡을 수 없는 것이 있ㄷ.

그걸 누가 책임져 줄 수 있단 말인가?

무튼 흥분하지 말자.ㅋ


브리오슈는 유지가 버터와 마가린이 들어가 유지 함량이 많은 반죽이다.

그래서 유지도 클린업 전 단계에 한번, 클린업 단계에 한번 이렇게 나누어 넣어야 한다.

유지가 많이 들어가니 반죽이 축축 퍼진다.

이때 3단으로 팍팍 돌리며 스크래핑 해주어야 겨우 하나로 뭉친다.


3단 못 돌리게 하는 학교측 관계자(나중에 알고 보니 교수님이란다)가 그때 또 시험장에 들어왔다.

난 오늘 3단 못돌리게 하면 항의할 각오로 3단을 돌리고 있었다.

어라? 오늘은 아무말도 안하네?

그래도 언제 마음 바뀔지 모르니 얼른얼른 반죽을 하자.

다행히 9분 정도 반죽을 치니까 반죽이 한덩어리가 되기 시작했다.

이때 반죽 온도를 재어보니 29도가 조금 넘는다.

지금이 반죽 완료점인 듯. 글루텐도 잘 잡혀 투명하게 늘어나고, 꺼내놓고 심사 받으면 1도 정도 내려갈 수 있지만 1도 차이는 된댔으니.


그래서 꺼내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28.5도로 통과.


그 이후로는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성형은 마음만 차분히 갖고 시간 계산만 잘하며 하면 된다.

한시간 십분 안에 성형이라... 가능한 시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사람이 적고 다들 우리 학원에서 배운 사람들이라 이상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 하나 둘 있으면 엄청 헷갈리는데.


내 앞에 있던 사람이 브리오슈를 몸통만 먼저 발효시켜서 약간 당황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대학에서 배운 방법이란다.

반죽기 3단 못돌리게 하는 그 교수님이 가르친 듯.

좋은 아이디어라고는 보지만, 굽기에서 차이가 날 듯하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결과적으로는 그 사람이 내 브리오슈보다 머리가 더 쓰러졌다. 그럼 딱이 좋은 방법은 아닌 듯~


마음이 편해지니까 손도 안 떨리고 성형도 생각대로 척척된다.


남들보다 30분이나 먼저 성형이 끝나고 2차 발효도 하고, 오븐에도 제일 먼저 들어갔따.


그리고 지난 번 시험도 난 너무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제품 평가에서 점수가 조금밖에 안 나왔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시험장 오븐의 세기가 학원 오븐 보다 떨어질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큰 빵이 나오면 5도 정도 올리고 작은 빵이 나오면 1, 2분 더 구울 생각이었다.

그래서 200에서 150을 맞추고, 15분 구울 것을 17분 구웠다.

대힌 언제 갑자기 색이 날지 모르므로 한시도 오븐 곁을 떠나지 않았다.


다 구워진 것을 꺼내보니 학원에서보다 좀 저 구워진 듯하긴 하다.

그러나 틀에서 꺼내보니 틀 안에 빵색이 적당하다.

15분에 꺼냈으면 아마도 아래 색이 잘 안나왔을 듯하다. 다행이다.


자리에 돌아와 빵을 틀에서 꺼내 진열하는데, 오리 모양 1개, 갸우뚱한 거 2개 외에는 예쁜 모양의 부리오슈가 나왔다.

머리 모양 이상한 애를 보고 '겸손한 브리오슈를 몇개 만들고 말았군.'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지나가던 감독관이 "잘 나왔나봐요. 혼자 왜 웃고 계세요?"라면 지나간다.


다른 사람들은 이제 오븐에 들어갔는데, 난 너무 일찍 마무리가 되어 다쓴 틀을 하나하나 얼마나 정성껏 닦았는지 모른다. 


감독관 한명이 와서 내 빵을 둘로 갈라보더니 냄새도 맡고 그런다.

그리곤 다른 감독관이랑 뭐라뭐라 쑥덕인다.

뭐지? 안 익었나? 이쒸~

그래서 감독관 안 볼 때 나도 들여다 보고 냄새도 맡았는데, 고소하게 잘 구워졌다.


이렇게 완벽하게 시험 봤는데, 또 떨어지면 어쩌지?

지난 번 시험도 보고 나서 이렇게 만족했는데... 이번엔 꼭 붙길 바란다.


어쨌든 오븐에 늦게 들어간 다른 사람들도 모두 시간 안에 제출하고 나왔다.

같은 학원 동기들인데 다들 잘 했다니 더 좋았다.

자, 이제 결과만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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