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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오는 길고양이 미노의 생활상.

아무리 봐도 미노는 아주아주아주 나이가 많은 고양이 같다.

언제나 느리게 움직이고 잘 울지도 않고 쉽게 흥분하지도 않는다.

분명 나이가 많이 든 할머니 고양이 일 것이다.



시장 갔다 오는 길에 우리집 앞 골목에서 만난 미노.

너무 더운지 그늘이져서 시원한 담벼락과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서 지나가는 나를 쳐다본다.

놀라지도 무서워하지도 반가워하지도 않고 그냥 쳐다보기만 한다.

그래 시장에 다녀오느라 힘든 나보다 그늘에 엎드려 있는 네가 더 시원하고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날씨 좋은 날 미노는 이렇게 우리집과 옆집 사이에 있는 담벼락에 올라앉아 있다.

그리고는 여전히 빤히 쳐다본다.

내가 어딜 가는지, 아니면 어딜 다녀오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은 눈치다.

그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냥 쳐다만 본다.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날이면 이렇게 마루문을 열어두고 방충망만 닫아 놓는다.

그러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미노는 와서 이러고 쳐다본다.

뭘 달라는 건지, 뭔 할 말이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이렇게 하염없이 쳐다본다.


그런 미노가 며칠 우리집에 올질 않았다.

언제나 어디서나 나를 쳐다보고 있던 미노가 오지 않으니 궁금하던 차에 드디어 미노가 돌아왔다.



왠 한동안 안 왔는지 물어보니 먹던 걸 멈추고 이렇게 한번 쳐다봐 준다.

그렇다고 반갑게 야용거리지도 않고, 특별히 낯설어 하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쳐다본다.

별 일 없었단 거지?


라고 혼자 생각해 버리고 만다.

이렇게 오랜만에 돌아온 미노를 따라서 온 녀석들이 있다.



이놈은 가끔 우리집에 오긴 오는 녀석인데 오래 머물지도 않고 우리를 보면 냅따 도망가는 녀석이다.

겁도 없이 대문에 올라앉아 있는 이 녀석은 입가에 있는 점 때문에 좀 무섭게 보이는 녀석이다.

다행히 우리집에 자주 오는 녀석은 아니다.

그리고 다른 한 녀석이 있는데, 그 녀석은 아직 뭐가 겁이 나는지 우릴 보면 줄행랑을 치고 도망가기 때문에 사진을 아직 못 찍었다.


낮에는 내가 빨래를 하고 널려고 들고 나가는데, 이 녀석이 나를 보고 냅따 도망을 갔다.

빨래를 널려고 옥상에 올라가 보니, 하필 그 녀석이 옥상으로 도망을 온 것이다.

한참을 나를 보고 당황해 서 있다가 옥상에서 길쪽으로 뛰어 내렸다.

누가 뭐라고 했다. 괜히 지레 혼자 겁을 먹고 위험하게 뛰어 내렸다.

고양이이니 다치지는 않았는지 금새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미노는 해가 져서 어둑해질 때까지 현관문 앞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 쉬었다.

내가 문 열고 나가면 이렇고 올려다 볼 뿐...

그래 다시 돌아와서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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