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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7일 집 떠난 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마당에서 사진 한장 찍고, 산티아고에 가기 위해 제주공항으로 출발했다.
제주 공항은 바다가 보이는 공항이다.
제주에 이사와 좋은 점을 발견했다.
집에서 나와 버스 타고 십여 분이면 공항에 와서 어디로든 출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골 살 때만 해도 외국에 나가려면 하루 전날 대여섯 시간 걸려 인천공항에 가서 근처서 일박을 해야 출국이 가능했는데, 제주에 사니 출국이 동네 마실가듯 아주 간편하다.

제주 공항은 국제 공항이라지만 국내선과 국제선이 아니라, 국내선과 ’중국선’이 있다고 봐야 한다.
사드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국제선에는 중국인들 일색이다.
이 사람들은 아마도 죄다 한국에 쇼핑하러 왔나 보다.
얼마나 짐들이 많은지 혹시 그놈의 수하물 때문에 비행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겁날 정도다.
비행기 타기 전 검색대를 지나기 전에 ‘면세품 정리구역’ 이라는 칸막이를 쳐 놓고, 그 뒤에서 엄청나게 많은 중국인들이 쇼핑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그들이 내놓은 쓰레기가 수도 없이 나온다. 아마도 포장을 뜯고 내용물만 가져가는 것 같다. 지금도 이러니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득실될 땐 가관이었을 듯하다.

중국인들 때문에 도떼기 시장같은 공항에서 우리도 중국인들만 있는 국제선 탑승구로 갔다. 남편은 준비를 철저히 하는 사람이라 많이 긴장한 것 같고, 난 뭐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 그냥 쬐금 긴장했다.

비행기 값을 아끼기 위해 상하이를 경유해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래서 우린 제주에서 우선 상하이로 가는 비행기에 탔다. 우리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비행기 창밖으로 내다보니, 내 머리 위에도 발 아래도 구름이 넓게 펼쳐져 있다.
비행기 창으로 예쁜 구름을 보면 사람이 참 센치해진다.
구름 속 신령이 될까?
구름에 사는 천사가 될까?
아니면 구름을 타고 다니는 손오공이 될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넓은 하늘에 층층이 펼쳐진 구름을 날며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가도..
구름 속을 날아다니는 일 외에 할일이 없네..? 넘 심심하겠다.
그냥 비행기 타고 지나가며 뭉게뭉게한 구름을 감상이나 하자, 하며 열심히 구경구경.

어쨌든 상하이도 우린 처음 와보는 곳이므로 지나치는 사람이나 건물, 차들까지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구경했다.

여기 상하이에도 미세먼지가 엄청 심하다.
길에는 차도 많고, 전기 오토바이도 많이 다니고, 자전거 탄 사람도 많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만 다니는 도로가 차선 옆으로 크게 잘 나 있었다.
그래도 아직 아시아에 있어서 그러나 크게 외국을 나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숙소는 공항에서 좀 떨어진 곳을 잡았다. 준호텔급인데 갑자기 저렴하게 부킹닷컴에 떴다며 남편이 잽싸게 잡은 숙소였다. 1박에 4만5천원인데, 깨끗한 숙소였다.

우리가 묵은 숙소가 외곽에 있는 곳이라 그런지, 나도 영어를 잘 못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나보다도 더 영어를 못한다.
호텔 로비에 있는 사람도 영어를 잘 못하고, 거기 가면 영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식당엘 가도 아무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요즘 핸드폰 어플이 잘 되어 있어, 그럭저럭 의사소통은 된다.
식당 점원이 번역 어플을 찾아 보여주는데
“니들 여기서 밥 먹을 거니?”라고 반말로 되어 있어서 순간 많이 당황했다.

상하이는 마스터카드가 안 되고 유니온 페이만 된단다. 하루 묵을 거라 환전도 조금 해왔는데, 숙소에서 보증금을 내는 바람에 상하이 돈도 없고 카드도 안되고 그래서 있는 돈 동전까지 탈탈 털어서 겨우 상하이식 저녁 한끼를 먹었다.
그나마 값이 저렴해서 다행이었다.
생맥주라고 시켰는데, 병에 든 미지근한 맥주를 가져다주어 또 한번 당황했다.


누가봐도 볶음밥이고 아무리봐도 탕수육인 것을 시키고 미적지근한 생맥주를 한잔씩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스페인 산티아고이다. 그러니 상하이에서 관광하며 힘 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저녁만 먹고 일찍 숙소로 들어와 자기로 했다.

2017년 6일 8일 오늘은 잠시만 상하이

다음날 아침, 상하이의 아침은 매우 분주했다.


다양한 형태로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있는 상하이 사람들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 등교시키느라 바쁜 상하이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오전에 호텔 창밖으로 한참을 거리를 내려다봤다.
사람도 많고, 그 사람보다 자전거가 많고, 그 자전거보다 오토바이가 많다.
오토바이는 전부 전기 오토바이이다.
그래서 소음도 없고, 매연도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교통 수단으로 쓰고 있어서, 일차선밖에 없는 도로인데도 교통 정체가 없다.

요즘 인구가 부쩍 늘고 있는 청정 제주도에 교통 체증도 늘고, 매연도 느는 걸 생각하니, 상하이의 아침에서 배우는 바가 있다.
자동차는 생활은 편하게 할지 몰라도 삶의 질은 안 좋게 만드는 것이란 생각을 상하이에서 맞는 아침에 하게 된다.

우리가 묵은 객방(아마도 호텔이란 뜻?) 앞에서 사진 한장 찍고 숙소를 나와 다시 지하철을 타러 갔다.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세운 규칙이 있다.
장거리 비행기표를 살때 비행기 값을 아끼는 방법은 경유를 하는 비행기표를 사는 것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우리가 딱히 따로 여행을 안할 수도 있는 도시를 거쳐가게 될 수 있다.
그러면 경유하는 시간에 그 도시를 느껴보는 것이다.
경유 시간이 짧으면 공항에서만이라도 그 도시나 나라의 분위를 느껴본다.
어쩌다 이번처럼 경유지에서 머무는 시간이 긴 경우에는 대중교통이라도 꼭 이용해 봐서 그 도시의 사람도 구경하고 도시의 분위기도 잠시 느껴본다.
그래서 일부러 숙소에서 조금 일찍 나와 상하이 거리를 구경하며 지하철을 타러 갔다.
숙소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중간에 천사(한자를 해석하면 강모래? 정도)라는 이름의 공원이 있다.

천사공원 옆을 지나다 드뎌 중국 광장춤(?)을 봤다.
공원에는 아주머니들이 중국 음악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군무를 추고 있었다. 음악은 신나고 춤은 귀여웠다.


공원도 예쁘고 공연도 볼만했다.

공원에는 이런 광장춤 추는 사람, 장기두는 할아버지, 카드 놀이하는 할머니, 산책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확실히 중국은 공원 문화가 발달한 나라인 듯하다.

지하철 표사기는 참 알면 쉽지만, 낯선 도시에 처음 가면 그것처럼 당황스러운 것이 없다. 얼마하지 않는 표 하나 사는데 쩔쩔매는 자신의 모습이 살짝 부끄럽고 당황스러워진다.
하지만 무조건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한 기계이기 때문에 당황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지하철 표를 구매하는 것만큼 쉽다. 사실 요즘 우리나라는 지하철 요금을 포함한 대중교통 요금을 자기의 카드로 지불하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버스, 트램 등 다양한 대중 교통이 있는 외국에서 일회용이든 여행용이든 표를 사는 건 낯선 일이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에서 지하철 표 사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그러니 천천히 하면 쉽게 살 수 있다. 정말로 지하철 표사는 기계는 아주 간단하고 단순하다.

외국 도시에 가서 그 도시를 잘 여행하려면 우선 대중 교통을 파악해야 한다.
대중 교통을 파악한다는 것은 도시 맵을 하나 구하고, 지하철 표를 하나 성공적으로 사보면 끝이다.
지도 하나 들고 표만 사면 어디든 다닐 수 있다.

상하이는 지하철에서도 매번 가방 검사를 한다.
그래서 이 나라가 많이 폐쇄적인 나라라는 인상이 컸다.
철저히 자기를 지키느라 여기저기서 검문 검색도 많이 하고, 웬만한 SNS는 닫혀 있다.
상하이에서는 아무리 와이파이가 잘 되어도 우리가 자주 쓰는 SNS가 접속이 안 되기 때문에 그닥 할 일이 없다.


푸동공항. 우와, 멋지다~

탑승객을 위해 보딩 체크하는 곳 앞에 과자를 다양하게 갖다놓았다.
이것을 먹는 것을 시작으로 13시간의 장거리 비행이 시작됐다.
속도가 800킬로가 넘는 비행기가 13시간이나 걸리는 거리, 밥도 두번이나 먹고, 간식도 먹고, 영화를 여러 편 보고, 잠도 여러 번 자고.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 날기만 한다.
힘들어, 힘들어 ㅠㅠ


우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초췌해지고 있다.

마그리드 공항에 내리니 낯익은 광경이 펼쳐진다.
우리는 이번에 세번째 방문하는 스페인이다.
미술관만 다니느라 한번, 바르셀로나가 너무 좋아 또 한번.
특히 마드리드에는 우리가 남겨놓은 숙제가 하나 있다.
제작년에 왔을 때 ‘소피아 박물관’이 휴관이어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못 봤다.
다음에 꼭 다시 와서 봐야지 했는데, 이번에 그 숙제를 할 시간이 있길 바란다.
지하철에서 나오는 안내방송도 친근하다.
“아똥수어 어쩌구저쩌구”ㅋ


여행을 해보면 요때가 심장이 간질간질한 게 아주 묘하다. ‘낯설움’이라는 것이 왕창 밀려온다.

우리가 마드리드에서 일박할 곳은 세르반테스 거리에 있는 호스텔이다. Hostel jaén.
밤 10시에 도착했는데, 거리에 사람도 많고, 술집에도 사람이 바글바글, 플라맹고 공연장이 여기 저기 있어서 무희들도 보이고, 기도 같은 사람도 보이고, 경찰도 군데군데 서있다.
여름에 유럽을 처음 와봤더니 정말 여긴 밤 10시가 되어도 해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겨울에 오면 4, 5시면 오밤중이었는데.
특히 스페인 사람들은 밤문화를 많이 즐기기 때문에 거리가 축제라도 있는 분위기이다.

어허, 그놈의 소매치기, 정말 큰 문제다.
뭔가 어색해 보이던 남녀가 있었는데, 어느새 남자가 내 가방에 손을 댄다.
내가 또 한민감한다. 내 가방의 지퍼를 남자가 잡자마자 내가 획! 돌아보았다. 이 남자 괜히 뭐라뭐라 하면서 지도를 보는 척한다.
"아저씨~~ 너무 어색하거든, 완전 티나~"라는 눈초리로 마구 쏘아봐 주었다.
그랬더니 남녀는 괜히 취한 척 비틀거리며 멀어져 간다.
유럽은 올때마다 한번쯤은 소매치기의 손길에 닿는다. 많은 관광객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한번 이러고 나면 기분이 좀 잡친다. 에잇!

우린 작년부터 데이터 로밍없이 여행을 다닌다.
그래서 지하철역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숙소를 지하철을 나와 한시간 이상 해매다니며 찾았다.
친절히 알려주시는 강렬하게 생긴 스페인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꼭꼭 숨은 호스텔을 겨우 찾았다.
일박에 50유로.
마드리드에 있는 숙소치고 매우 저렴한데, 만족도도 아주 좋다.
인심좋은 스페인 할머니가 운영하는 숙소이다. 물론 할머니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신다.
몇 년전 첫 유럽여행에서 한인 민박집만 찾던 우리는 이제 점점 여행에 단련이 되어 한인이고 현지인이고 싼 숙소를 먼저 선택한다.
주인 할머니와 의사소통은 거의 안되지만 이제는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숙소 찾느라 너무 시간이 늦어져 저녁은 그냥 가까운 슈퍼에서 1유로짜리 물과 1유로 짜리 계란빵을 사서 숙소로 들어와 먹기로 했다. 그나마도 조금 먹다가 그냥 곯아떨어졌다.
아무튼 일박이일에 걸쳐 이제 우린 스페인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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