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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실기 시험은 일년에 그리 자주 있지 않다.

게다가 작년 12월과 올 1월에 실기 시험이 없었어서 2월에 내가 보는 시험에서는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시험 접수를 했었다.

올 들어 첫 시험이기 때문이다.


난, 그때 학원 수업을 받는 중이라 25개 품목 중 5개는 배우지 못했다.

난생 처음 보는 국가 자격 실기 시험(그러고 보니 운전면허 실기를 본 적이 있네.ㅋ)이라 많이 떨려서 나름 수업도 열심히 듣고 예습 복습도 열심히 했다.


시험 장소는 제주 한라대학교.

그런데 제주에는 역사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리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벌써 삼일째...

아침에 일어나 시험 때문에 긴장되는 게 아니라 날씨 때문에 더 긴장됐으니...



오늘도 어김없이 재난 문자는 오고...



눈은 쌓인데 또 쌓이고 있고, 우리집에서 보이는 아파트도 하늘도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전혀 날씨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어쨌든 시험은 보러가야 하니 눈길에도 운전 잘하는 남편이 데려다 주었다.


제주도에 이사와 대학교에는 한번도 안와 봤는데, 시험이 한라대학교에서 있어 여기도 와보게 되었다.

시험 장소는 한라대학교 금호세계교육관이라고 새로 생긴 건물이었다.

학원에서 태환이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난 찾아가지도 못할 뻔했다. 새로 생긴 건물이라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도 잘 안 나온다.ㅜㅜ

다행히 네이버 로드뷰에서는 볼 수 있었다.



한라대학교 금호세계교육관. (출처 : 네이버 지도)


길도 미끄럽고, 아직도 눈보라는 치고...



건물 안 시험장 표시판


여기저기 표시를 해놓아 그걸 따라가면 시험장과 수험자대기실이 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그닥 안 와서, 악천후로 불참자가 많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10명 모두 왔다. 감독관 말에 따르면 날씨 안 좋은 날 출석률이 더 좋단다.


같이 수업 받는 경화씨도 오고, 우리 학원 제과 수업을 듣고 있지만 이번에 제빵 시험을 본다는 이혜진씨도 와서 인사도 나누고...


약간 긴장 되고 약간 떨리고 약간 흥분 상태였다.


대기실에서 핸드폰 걷기 전 마지막 긴장감을 안고 사진 한장.


12시 30분이 되니 감독관이 와서 주의 사항 전달하고, 핸드폰 걷고, 번호표 제비뽑기를 한다. 

뭐 어디가 좋은 자리인지 모르니 어떤 번호여도 그닥 상관이 없다.

난 10점 만점에 10점인 10을 뽑고, 경화씨는 복삼이라고 하는 3을 뽑고, 이혜진씨는 지난번에도 시험을 봤었는데 그때와 같은 번호인 6번을 뽑았다.


번호 순서대로 한줄로 서서 시험장에 입장.

오늘의 시험 품목은 버터톱식빵이란다.

이런, 우리가 안 배운 빵이다.

내가 주말마다 연습한 것 중에도 버터톱은 없었다.


안 배운 게 나와 잠시 당황했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니, 쉬운 품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 차분히 가라앉히고 시험에 임했다.


재료 계량에 대한 주의 사항을 주고, 오븐이나 발효기, 반죽기 등에 대한 설명을 하시고, 테이블에 있는 저울 확인 하라신다.

헐~ 내 저울은 고장난 것이었다.

손들고 말했더니 다른 걸로 바꿔주셨다.

게다가 내 오븐은 아쉽게도 가장 꼭대기에 있는 오븐이다.

감독관이 "10번 누구세요?"라고 물어 내가 손을 드니까 "다행이 키가 크시네요."한다.

내 키가??? 그닥 크지 않은 키인데, 그렇게 무마하고 넘어간다.


간단한 주의사항 또 전달하고 바로 시험 시작이다.

계량은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마직막에 감독관이 3분 남았어요, 1분 남았어요라고 알려줄 때는 괜히 떨린다.

시간 안에 할 수 있는데도 그냥 마냥 떨린다.


나는 계량할 때도 저울이 말썽을 좀 부리더니 감독관이 제대로 계량했는지 확인할 때도 이상했다.

그래서 제빵계량제가 2g이 모자라게 나와서 내가 "제 저울이 아까부터 이상해요. 다시 재 주세요."라고 정중히 얘기했다.

다시 재니 제대로 계량을 했다. 휴...


반죽기도 학원에서 쓰던 것 보다 작다.

게다가 3단으로 돌리지 못하게 해서 좀 당황했다.

그래도 나만 그런 건 아니니 글루텐이 형서되고 반죽온도가 27도가 될 때까지 반죽을 했다.


반죽온도와 글루텐 검사받고 1차 발효를 시킨다.

헐~ 내 앞 테이블에 있는 사람이 1번인데, 30분밖에 안 됐는데, 발효기에서 반죽을 꺼내와 분할하고 둥글리기를 시작한다.

식빵 종류라 최소 50분은 해야하는데...

난감했다.

그래도 난 학원강사님의 말을 믿기로 했다.

"옆에 있는 사람 믿지 말고 소신대로 하라."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반죽을 가져다가 분할을 시작했다.

아직 10분 이상은 해야 하는데...

우리 학원 출신들만 끝까지 버티다 발효기에서 꺼냈다.

내 앞에 마지막으로 경화씨가 꺼내가고, 난 발효기 앞에서 눈 딱 감고 5분 더 기다렸다 꺼내왔다.


근데, 벌써 성형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버터톱식빵은 원로프로 마는 건데, 앞에 두사람이 바게트 성형하듯이 말고 있었다.

그때부터 난 앞을 안 보고 내 테이블만 보기로 했다.

원로프는 살짝 당기면서 성형하는 거지 바게트처럼 꾹꾹 누르며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앞에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가 헷갈려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할과 둥글리기를 끝내고 테이블에서 중간 발효를 시키는데, 감독관이 와서 발효되고 있는 반죽을 하나하나 중량을 확인한다.

에구... 겨우 예쁘게 둥글려놨는데...


나중에 경화씨한테 듣기로도 중간발효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은 우리 학원 출신들 뿐이었단다.


어느 정도 부푼 걸 보고 성형을 시작했다.

오늘따라 반죽이 예쁘게 말린다.

콧노래가 나올 듯~~~


식빵팬에 다섯개 팬닝하고 2차 발효를 위해 발효기에 넣었다.

아까부터도 이상했는데, 내가 넣은 발효기가 발효가 잘 안 된다.

자꾸 온도도 내려가고, 습도도 떨어지고, 감독관에게 얘기했더니 문짝이 잘 안 닫힌다며 발효기 문짝에 의자를 하나 가져다 대준다.

헐~ 시험장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옆 발효기에 넣은 사람들은 하나둘 꺼내가고...

그래서 손들고 또 얘기했다.

"옆 발효기로 옮겨도 되나요?"

그러라고 해서 옮겨 계속 발효했다.

팬틀 아래 1.5cm까지 부풀어야 한다는데, 아무래도 발효가 늦으니 오븐에 들어가면 오븐 스프링이 확 일어날 것 같았다.

그래서 틀 아래 2cm까지만 발효시켰다.


이때부터 수험생들의 상태가 제각각이 되었다.

과발효한 사람, 발효가 덜된 사람이 있었다.


꺼내와 표면을 말리고 칼집내고 버터를 한줄 짜야 한다

칼집을 짧게 낸 사람, 깊이 과하게 낸 사람, 버터를 듬뿍 짜 놓는 사람...


이쯤 되니 그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난 유투브에서 본 강의를 생각하며 칼집 한번에 스윽 내고, 버터는 0.5cm로 짤주머니 입구를 자르고, 한번에 스윽 짜놓았다.


여기까지는 수업도 열심히 듣고, 연습도 많이 해서 자신이 있다.


단지 안 만들어본 거라 완제품의 상태를 정확히 몰라 지금부터가 조금 까다로웠다.


우선 오븐 조작.

너무 높아 빵을 잘 관찰할 수 없었지만, 까치발로 열심히 들여다 보다가 색이 조금 날 때 돌려 주었다.

돌려주는 것도 우리 학원색들만 한다.

누구한테 배웠는지 아주 잘 한다.ㅋㅋ

내꺼는 초반에 색이 늦게 나서 윗불도 올려주었다.

높은데 올라가 넣고 빼기 힘드니까 감독관이 재반을 들어주는 친절도 보여주심.


다섯개의 식빵 중, 하나가 가스가 덜 빠졌는지 혹이 나긴 했지만, 꽤 만족스럽게 빵이 나왔다.


끝나기 10분 전쯤에 완성해서 제출하고 시험장을 나왔다.


처음 보는 시험에, 안 배운 거 나왔지만.

그래도 쉬운 것이 나왔고, 크게 실수하지 않은 것 같으니...

60점은 넘어서 합격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ㅋㅋㅋ



우리집은 아직도 눈속에 파묻혀 있다.


긴장도 풀리고 집에 와서 쉬다보니...

어쨌든 우리에게 빵 만드는 걸 가르쳐주신 강사님께 제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 수요일에 발표라니 경화씨랑 나랑 혜진씨 모두 합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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