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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배려의 식탁, 제주

gghite 2018. 9. 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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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오래간만에 책을 샀다.

제주도에 내려와 살면서 일년 동안 매일 도서관을 다녔었다.

책도 보고 영어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그러느라고 정말로 매일 도서관을 다녔다.

도서관 사서와 도서관 매점 아주머니도 어쩌다 우리가 도서관에 오지 않으면 다음날 어김 없이 안부를 물을 정도로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 도서관을 다녔다.

제주도에 이사오면서 집에 가지고 있던 모든 책을 처분했기 때문에 더이상 책을 사모으지 않기로 했다.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 가서 보자는 생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책이란 것이 한번 보고 나면 짐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뭐 자료가 필요해서 찾아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요즘 우리의 생활 패턴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을 찾아 보면 되고, 딱 그 책이 보고 싶으로 도서관에 가서 대출을 받아서 보면된다.

그러니 굳이 언제 다시 들춰 볼지도 모를 책을 많은 공간을 할애하면서 짐처럼 들고 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책을 처분하고 나니 정말로 삶이 많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집에 읽을 책이 없으니 오히려 책읽기할 시간에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은 블로그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일기든 지식이든 경험이든 뭐든지 브로그에 정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남의 경험이 적혀있는 책보다 오히려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내글이 적혀 있는 블로그가 나에게 더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정말로 남의 책에서 나온 내용이 필요하면 도서관을 가면 된다.

특히 우리가 제주도에 이사올 때 도서관 근접성을 많이 따지고 집을 구했기 때문에 우리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큰 도서관이 세개나 있다.

그래서 뭐든 필요한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쉽게 빌려서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책을 이제는 더이상 사지 않는다.

아! 그리고 제주도에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대형서점이 없다.

그러니 육지에 살때 그런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구경하면서 의례껏 서너개 사오던 책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할 수 없는 물리적인 환경이 된 것이다.


제주에 와서 요리에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거 요리와 관련한 수업을 들었다.

지난번 제주음식스토리텔링을 가르쳐주신 양용진 선생님이 다른 셰프들과 합작을 해서 좋은 음식점의 정보를 수집하고 가서 시식해보고 엄선해서 고른 음식점들을 모아 책을 냈다고 하셨다.

친구가 제주도에 놀러왔을 때 같이 간 식당에 이 책을 판매하고 있어서 오래간만에 책을 사게 된 것이다.



책은 그리 크지 않게 생겼다.

손에 간편히 들어가고 제주의 음식점이나 카페, 팬션, 식자재 가게 등이 칼라풀한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거의 가게 소개이고 좋은 글은 앞부분에 함께한 셰프들이 직접 쓴 글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이 책에 나온 가게를 중심으로 한 미식 지도가 하나 부록으로 끼워져 있다.

책이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들어서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서, 앞으로 여기 나온 가게들을 다 찾아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나 좀 의심스러운 것은 책을 너무 성의 없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사진도 좋고 가이드도 좋았지만, 우리 선생님의 가게인 '낭푼밥상'에 대한 소개가 첫 문장부터 틀려 있었다.

그것도 선생님이 수업 때 누누히 강조했던 가게 이름에 대한 설명이 잘못되어 있었다.


낭푼은 양푼의 제주도 방언이 아.니.다.

낭은 나무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고 푼은 큰 그릇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그래서 낭푼은 나무로 된 큰 그릇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가게 이름이 된 이 예쁜 이름에 대한 설명부터 틀려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건 선생님도 여러번 강조하신 이야기였다.

이런 결정적인 실수를 하다니...

이것 때문에 이 책 모든 것에 의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대충 모인 셰프들의 인맥으로 작성된 가이드 책이라는 의심이 없어지질 않는다.ㅜㅜ


그래도 유기농 식자재를 쓰고 가능하면 제주의 맛을 지키려는 가게들 위주로 소개되어 있는 장점은 있지만, 객관적인 평가는 아마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몇몇 곳은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 너무 비싼 집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가게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가격 정보 정도는 찾아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로컬 푸드를 표방하면서 비싼 음식값을 받는 것에 완전 반대한다.

로컬 푸드를 주장하는 이유는 식자재에서 유통비를 빼고 지역에서 나는 것을 먹자는 데에 있지, 로컬이라는 이유로 비싸게 파는 것은 상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기농으로 식자재를 생산해 내는 건 매우 어렵다.

유기농 식자재가 다른 식자재보다 비싼 것은 그래서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로컬과 유기농을 애매하게 정의 내려 유기농이어서 비싼 것이 아니라 로컬이어서 비싸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로컬은 절대로 더 비싸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굳이 로컬푸드를 먹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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